청소년 SNS친구 1만명… 자살 막는 ‘문경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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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경찰서 조유호 경사
청소년들 사이서 ‘큰형’ 별명

“SNS가 청소년의 극단 선택을 막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경북 문경경찰서 남부파출소의 조유호(39·사진) 경사는 2014년 여름 “제가 폐만 끼친 것 같아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고 적힌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페이스북 친구로 지내던 한 여중생으로부터였다. 조 경사는 학교에서 왕따로 힘들어하던 그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결심한 것을 눈치채고, 집을 찾아 유서를 쓰고 있는 학생을 구해냈다. 다른 학생으로부터 고층건물의 옥상 사진 한 장을 받았을 때도 조 경사는 투신이라는 극단 선택 가능성을 직감했다. 조 경사는 재빠르게 페이스북에 학생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학생의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조 경사는 학교 인근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던 학생을 끌어내렸다.

이렇게 그가 구해낸 청소년만 19명이다. 비결은 바로 ‘SNS 소통법’이었다. 그는 경북 지역 청소년들에게 ‘큰 형’으로 불릴 정도로 밤낮없이 학생들의 SNS 고민 상담을 받는다. 현장에선 팀원들과 같이 학생들을 찾아가 친분도 쌓는다. 그가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SNS 친구를 맺고 관리하는 청소년만 1만 명에 달한다. 그의 SNS 소통법은 경찰청 모범사례로 인정받아 책자에 소개된 적도 있다. 현직 경찰들에게 강연도 했다.

조 경사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유약해 자기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며 “SNS 개인메시지로 고민을 말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경찰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 경사와 함께 근무하는 박상림 순찰팀장은 “최근 CCTV 화면만으로 찾기 어려운 폭주족 비행청소년을 지역 청소년들의 SNS 제보로 쉽게 단속한 사례가 있다”며 “순찰팀이 합심해 SNS로 주민 치안서비스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순찰팀은 현재 청소년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통사고의 경각심을 알리는 UCC 영상제작도 준비 중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