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혼돈의 시대 산 ‘회색인’의 고뇌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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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 일본경찰 役 송강호

조선인 순사의 정체성 고민
손짓·표정으로 미세 감정연기
“成龍같은 추석 단골배우? 하하”

“‘한국의 청룽(成龍)’, 이 별명 참 좋네요.”

지난 2013년 추석 시즌에 ‘관상’으로 흥행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 추석 시즌에도 ‘사도’로 흥행몰이를 했던 배우 송강호(사진)가 올 추석에도 ‘밀정’을 들고 찾아온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송강호는 ‘청룽처럼 추석 때마다 찾아온다’는 말을 건네자 “이번에도 잘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는 9월 7일 개봉하는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열단의 뒤를 캐는 임무를 맡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이정출을 회유하려 하는 의열단의 작전을 긴장감 있게 펼쳐냈다. 실제로 1923년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에 연루된 조선인 일본 경찰 황옥 경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첩보 영화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이정출의 심리적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공유가 속내를 감추고 이정출에게 접근하는 의열단 리더 김우진으로 나오며 이병헌이 의열단장 정채산으로 특별 출연했다. 이 영화 연출자인 김지운 감독은 “혼돈의 시대를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인물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송강호의 이번 선택은 ‘새로움’의 추구다.

“소재의 새로움이 아니라 시대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새로움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나왔지만 대부분 불타는 붉은색으로 그려졌죠. 하지만 밀정의 색깔은 회색이에요. 혼돈의 시대에 정체성이 흔들린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거고, 이정출을 통해 그런 인물들의 고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정출의 감정 변화는 선명하지 않다. 관객은 그의 손짓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좇아가며 캐릭터에 빠져든다. 송강호는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로 캐릭터의 맛을 잘 살려냈다.

“시나리오는 건조했어요. 여기에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덧입혀져 작품이 완성되는 거죠. 이정출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연기하며 저도 모르게 수염을 만지고, 얼굴을 훑는 동작이 나왔는데 김 감독님도 별 말씀 안 하신 걸 보면 그런 동작들이 이정출의 내면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그는 ‘변호인’(2013년), ‘사도’(2015년)에 이어 밀정까지 연이어 역사물에 출연해왔다. 그의 다음 작품인 ‘택시운전사’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렸다. 그에게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주저함은 없었냐’고 묻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연이에요. 개인적으로 제가 잘 모르는 세계를 그린 작품보다 지나온 일에 대한 관심이 커요. 삶을 반추하며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주저할 때는 있지만 정치적 해석을 신경 쓰지 않아요.” 김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한계를 깨나가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 말 자체가 제 한계인 것 같아요(웃음). 어떤 배우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표현하려 하죠. 그게 배우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