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51) 46장 국개위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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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뭘로 하실까요?”

김광도가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최만철부터 보았다.

“최 위원장은 뭘 마시렵니까?”

“소주가 좋은데요, 저는.”

최만철이 대답하자 서동수가 김광도에게 물었다.

“소주 있지?”

“물론입니다, 장관님.”

서동수의 시선이 안종관에게 옮겨졌다.

“안 위원은?”

“전 보드카로 하지요.”

“나도 보드카로 하지.”

서동수가 말하자 김광도가 웨이터처럼 몸을 돌렸다. 그때 서동수가 잊었다는 듯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김 회장, 여자들도 부르고 당신도 들어와.”

유라시아 클럽의 주택 안, 앞쪽 유리창을 통해 시베리아의 황야가 보인다. 밤이었지만 눈 덮인 황야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동수는 오늘 국개위 산업위원장 최만철과 회의를 한 것이다. 한시티 북쪽의 유라시아 클럽은 이른바 신개념 룸살롱이다. 룸이 주택형으로 되어 있는 데다 클럽 단지 안에 병원과 학교, 세탁소에 백화점, 영화관까지 설치돼 있어서 ‘룸시티’라고 불리기도 한다. 룸살롱 종업원은 단지 내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하는 터라 룸은 한 개의 회사나 마찬가지다. 곧 김광도가 술과 안주를 든 종업원들과 마담, 아가씨들을 인솔하고 들어왔다. 그들은 룸 주택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된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전기 철도 차량이다.

“훌륭하구나.”

서동수가 탄성을 뱉었는데 시선이 여자들에게 향하고 있다. 아가씨 넷은 동양, 서양, 흑인 혼혈과 중동계였으니 세계 미인을 다 모은 셈이다. 김광도가 정성을 다한 흔적이 보였다. 넷이 옆쪽에 나란히 섰을 때 서동수가 말했다.

“적어도 한랜드에서는 자신의 미모와 서비스를 파는 산업이 보장돼 있지.”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룸살롱 사업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 옆쪽에 서 있던 마담이 아가씨들을 소개했다.

“중국, 러시아, 이집트, 에티오피아 태생의 아가씨들입니다. 여기서는 접대인, 또는 상담원으로 부르지요.”

“나에겐 성(性) 상담원이 적당해.”

서동수가 끼어들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마담이 말을 이었다.

“모두 한국어를 압니다. 한랜드에서는 한국어가 모국어니까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인사를 마친 마담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김광도에게 말했다.

“심지를 뽑아서 파트너를, 아니 상담원을 고르기로 하지.”

“예, 장관님.”

“자, 그럼 아가씨는 돌아서라고 하고 가진 물건 하나씩을 내도록.”

누구 제의인데 거부하겠는가? 김광도가 여자들에게 돌아서라고 지시를 했고 각자 소지품 한 개씩을 내놓았다. 서동수는 지갑에서 5만 원권 한 장을 빼냈고 안종관은 볼펜을, 최만철은 엉겁결에 차고 있던 시계를, 김광도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열쇠를 꺼내어 탁자 위에 놓았다.

“자, 돌아서서 하나씩 집도록 하지.”

서동수의 말에 김광도가 아가씨들을 돌려세우더니 물건을 집도록 했다. 서동수의 5만 원권은 이집트 출신 하디가 집었다.

“네가 클레오파트라의 후손이구나.”

하디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서동수가 감탄했다.

“어쩌면 이렇게 피부가 기름을 바른 것처럼 윤기가 난단 말이냐?”

하디는 웃기만 했고 서동수의 시선이 옆에 앉은 최만철에게로 옮겨졌다.

“최 위원장님, 이런 감동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없을까요?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