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52) 46장 국개위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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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는 24세, 카이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 항공사에 입사해 2년 동안 승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한랜드에 온 것은 6개월 전, 유라시아 그룹 사원 모집에 합격한 후에 3개월간 언어 및 소양 교육을 받았다. 유라시아 클럽이 보유한 2000여 명의 상담원 중에서 30명 정도인 특A급 상담원. 오늘 드디어 한랜드 장관의 상담(?)을 맡게 되었다.

장관이 클럽의 단골이며 그동안 특A급 3명, A급 3명, B급 2명하고 상담을 했다는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장관의 이런 급(級)을 가리지 않는 잡식(?)기호가 상담원들의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B급 상담원은 하룻밤 상담을 하고 나서 한랜드 남쪽 여수시에 500실 규모의 모텔을 경영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오늘, 5만 원권 지폐를 집는 바람에 장관의 상담원이 되었다.

“네 꿈이 뭐냐?”

서동수가 물었을 때 하디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고향에 집을 사고 부자로 사는 것입니다.”

하디가 한국어로 또렷하게 말했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고 곧은 콧날 밑의 붉은 입술은 야무지게 다물어져 있다. 짧은 머리, 긴 목이 마치 아크나톤의 왕비 네페르티티 흉상을 보는 것 같다. 서동수가 하디의 허리를 안은 채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안종관과 김광도는 즐기는 척하고 있지만 최만철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만철의 상담원은 중국 출신의 아란. 갸름한 얼굴형에 눈매가 요염했고 가는 체형이다. 역시 특A급 상담원이다.

“최 위원장의 참기 운동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서동수가 최만철에게 말했다.

“불평불만을 참다 보니까 모르는 사이에 새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최 위원장이 기폭제 역할을 했어요.”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바람이 될 겁니다.”

정색한 최만철이 서동수를 보았다. 최만철은 아직 아란의 손도 잡지 않았다. 여기서도 참고 있는 것 같다. 최만철이 말을 이었다.

“욕심과 불만에 눈이 멀었던 세력들이 국개위의 힘에 저절로 꺾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지지가 없었다면 절대로 그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 지지의 바탕에 장관께서 계신 것이고요.”

“아니, 최 위원장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를 향해 최만철이 정색했다.

“동성에서 신의주특구 개발, 한랜드로 이어지는 장관님의 발자취가 한국인들 가슴에 박혔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만철의 말이 이어졌다.

“실천하는 인간, 성취하는 한국인의 자세를 보이셨고, 또…….”

최만철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거침없이 내보이는 속물 근성, 여성 편력, 물질 추구 분위기가 정치인들에게 물린 국민들을 감동시킨 것 같습니다.”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더.”

그때 안종관이 나섰다.

“저는 장관님의 가장 큰 장점이 보수성향이면서도 이념을 초월한 포용력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인사에도 나타나지요.”

“그렇군요. 내가 장관님의 최측근이 되어 있으니까요.”

최만철뿐인가? 민족당의 중진들도 대거 중용되었다. 그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국개위가 맨 마지막에 할 일이 있어요.”

세 쌍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때는 새바람으로 대한민국에 신선한 분위기가 있을 테니 대한연방의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머릿속에 넣어 주십시다.”

서동수가 엄지를 젖혀 제 얼굴을 가리켰다.

“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