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들 맡은 역할따라 가치관 달라져”

건국大‘정체성 연구’박사논문… 전직요원 61명 개별면담 결과

“직무 조정·관리·교육 통해… 바람직한 정보활동 이끌어야”

전직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정체성을 연구한 박사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건국대 대학원 행정학과는 박사논문 ‘공직자의 자기 정체성에 관한 연구-국가정보원 요원의 책임성 가치와 역할을 중심으로(양경종)’가 최근 심사를 통과했다고 1일 밝혔다. 건국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보기관의 조직이나 실패 사례 등에 대한 연구는 이뤄진 적이 있지만, 정보요원 개개인에 대한 정체성을 다룬 논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양 씨는 논문에서 퇴직한 지 3~5년 된 전직 국정원 요원 61명을 대상으로 1대1 면담 등을 진행,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인식을 유형별로 나눴다. 이어 역할 유형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책임성 가치’들에 대해 순위를 매겼다. 양 씨는 국정원 요원들의 역할인식을 △대공 안보의 파수꾼 △정보전쟁의 전사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자 △통일대비 및 체제경쟁의 첨병 △국가정보자산의 효율적 관리자 등 5개 유형으로 나눴다.

유형별로 중시하는 책임성 가치에도 차이가 있었다. ‘대공 안보의 파수꾼’ 요원들은 합법적 대응성(국가정보활동 자체와 합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외국 정보기관들처럼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을, ‘정보전쟁의 전사’ 요원들은 합목적적 선제성(국가안보를 위해 합목적성 여부를 기준으로 정보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등)을 가장 중요한 책임가치로 꼽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자’ 요원들은 정치적 중립성(바람직한 정보활동은 어느 정파에서 정부 수장이 되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된다 등)을, ‘통일대비 및 체제경쟁의 첨병’ 요원들은 비밀주의·보안성(비밀첩보의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왜곡된 첩보가 보고될 여지가 상존한다 등)을 가장 중요한 책임가치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자산의 효율적 관리자’ 요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리적 효율성(주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을수록 비밀이 알려질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차단의 원칙’은 지나칠 경우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등)이었다.

양 씨는 “바람직한 국정원 요원 상을 정립하는 데 필요한 직무교육이나 직무조정 등 관리가 필수”라고 제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