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생님, 행복한 학생>“中서 살다온 초등 아들 위해 한글교재 마련… 선생님이 매일 아침 낱말 익히기 이끌어 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광역시 교육청에서 8월 19일 열린 ‘2016년 교원존중 체험수기 공모대회 시상식’에서 정혜윤(왼쪽 네 번째) 양과 학부모인 임선화(〃 세 번째) 씨 등 입상자들이 상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제공

울산광역시 교육청 주최
교원존중 체험수기 공모

“직장 맘을 엄마로 둔 제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대신 채워준 선생님은 ‘아이 편’이자 ‘제 편’이기도 했습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교권 존중과 선생님에 대한 권위 회복을 위해 울산광역시 교육청이 지난 6월부터 진행했던 ‘교원존중 체험수기 공모대회’에는 제자를 위해 헌신한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수많은 글이 출품됐다. 교육청이 선정한 26편의 입상작에는 학생의 인성과 진로진학에 힘쓰고, 학교생활에서 ‘빛과 소금’이 돼 준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 학부모 부문 최우수 입상작으로 선정된 울산 성안초등학교 4학년 백호영(10) 군의 어머니 임선화(43) 씨의 수기는 글을 읽는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백 군은 2학년이 되던 2014년 3월, 담임 선생님인 반용순(53) 교사를 만났다. 당시 반 교사는 중국에서 2년간 살다 돌아와 한국말이 서툴렀던 백 군이 받아쓰기 시험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매일 아침 자습시간마다 한글교재를 따로 마련해주며 낱말 익히기 등을 도와줬다. 임 씨는 “보통 선생님이라면 ‘좀 더 신경 써 주세요’하고 가정에 떠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반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군은 4학년이 된 올해, 반 교사를 담임선생님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임 씨는 “지난 4월 학부모 상담을 하러 학교에 갔을 때 놀랍게도 반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지를 갖고 계셨다”면서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 학기 초,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MBTI를 실시했는데 평소 부모인 나도 몰랐던 호영이의 개인 성향과 그에 따른 행동 방식을 꼼꼼히 살피며 지도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반 교사의 관심과 애정으로 백 군은 “선생님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며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이 됐다. 집에서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즐겁게 얘기하는 다정한 성품을 갖게 됐다.

학생부 최우수작으로는 언양고 2학년 정혜윤(17) 양이 쓴 ‘제자를 믿고 긍정으로 이끌어주신 선생님, 힘들 때 힘과 용기를 주고 방황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고1 담임선생님’이 선정됐다.

정 양은 “지난해 중학교와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는데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소외감과 부적응에 시달리는 등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당시 담임선생님이셨던 설동민(37)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전학을 고민하던 정 양은 설 교사가 어머니 앞으로 보낸 문자 한 통에 크게 감동했다. 부적응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들이 으레 그렇듯 ‘아이가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내용일 줄 알았지만, 설 교사가 보낸 문자는 “혜윤이가 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았습니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 평도 굉장히 좋아 아이들 생각이 저와 같나 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정 양은 “그때 처음으로 내 주위를 둘러보고 ‘혼자만의 스트레스’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설 교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새싹드리머 프로젝트’에 정 양을 넣어주거나, 외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정 양을 도왔다. 새싹드리머는 영어 선생님인 설 교사가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졸업생이 된 설 교사의 제자들이 후배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마련해 전달해주는 프로젝트다.

정 양은 “하루는 설 선생님이 부르시더니 ‘내가 가정 형편이 많이 안 좋았던 고등학교 시절 당시 담임선생님이 학교 장학금을 전교 1등이 아닌 내게 주셨었다. 나도 너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 말을 듣고 선생님 한 분의 행동이 이렇게 ‘내리사랑’으로 이어지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교사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