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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09일(金)
음악 27곡·55개語 인사말… 우주에 띄운 ‘인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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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삭임 / 칼 세이건·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 외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1977년 무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 2호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1호는 목성·토성과 그 위성을, 2호는 여기에 더해 천왕성·해왕성과 그 위성 관측이 임무였다. 영원히 지구로 돌아오지 않을 이 우주선에는 지름 30㎝에 금박을 씌운 LP 레코드 판, 일명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부착됐다(사진). 바늘과 카트리지도 함께 실렸다. 골든레코드는 인류의 타임캡슐로 보이저호가 만날지 모르는 외계 문명에 보내는 인류의 인사였다. 거기엔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19개 소리, 지구 환경과 인류 문명을 담은 사진 118장이 담겼다.

1978년에 출간된 ‘지구의 속삭임’은 골든레코드가 기획, 제작돼 우주로 날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같은 에세이다. 총책임자는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그가 당시 나사(미 항공우주국)로부터 허락받은 시간은 고작 6주였다. 시간뿐 아니라 자금과 인력도 부족했다. 외계 생명체에게 건네는 인사라는 발상이 흥미롭지만 실제 구현은 쉽지 않았다. 영상 신호를 소리 신호로 바꾸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갔고, 자료를 구하려다 미친 사람으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고심해서 고른 남녀 나체 사진은 나사로부터 외설물이라며 거부되기도 했다. 책은 세이건을 필두로 기술감독, 창작감독, 인사말 구성작가 등 참가자 6명이 메시지를 선정하고 준비하면서 겪었던 치열한 과정, 웃지 못할 해프닝과 감동적 에피소드들을 풀어낸 것이다.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고 했던 세이건은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확신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낭만적인 추측은 최근 위태로워졌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외계 생명체의 침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가능하면 이들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이저호가 다른 외계 문명을 만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성간 우주를 여행하는 외계 문명이 있다 해도 그들이 광대한 우주에서 작은 점 같은 보이저호를 만날 가능성은 적다. 설사 발견·수습한다 해도 골든레코드를 완전히 해독할지 의문이다. 그렇다 해도 지구의 메시지를 담은 골든레코드의 의미는 무한하다.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이상, 개개인이 소멸한 뒤에도 우주 저 끝을 향해 가는 유한함을 넘은 영원성…. 실제로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넘어 성간에 진입했다. “지금부터 수십억 년이 흐르면 지구는 적색 거성으로 팽창한 태양 때문에 이미 숯덩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 레코드 판들은 그때도 거의 훼손되지 않고, 한때 머나먼 행성 지구에서 번성했던 오랜 문명의 소곤거림을 간직한 채 우리 은하의 어느 머나먼 지역을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칼 세이건)”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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