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원격제거·승객은 전용탈출구로… “20분 內 대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진위면 수도권고속철도 율현터널 내에서 실시된 비상대응 종합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가상 화재가 발생한 고속열차에 물을 뿌리며 진화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 철도시설公, 국내최장 50㎞ 율현터널 화재 대응 훈련

올 연말 개통 수도권 고속철도
2.5㎞간격 16개 수직구 만들어
방화門· 24인용 승강기 등 갖춰
환기구에선 신선한 공기 내보내

고속열차 全자재 불연·난연재
화재위험 최고등급 적용 제작
터널 내 전선도 100% 난연재로
공단측 “첨단 방재시스템 구축”

지난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지하 50m 지점. 터널 연장길이 50.3㎞로 세계 3번째, 국내 터널 중 최장거리인 수도권고속철도 율현터널에서 방화로 인한 열차 화재를 가상한 비상대응 종합훈련이 한국철도시설공단 주최로 열렸다.

승객 180여 명을 태운 채 동탄∼지제역을 운행 중이던 수서발 부산행 SR 601열차에서 방화범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이미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칫 초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 터널 내 열차 화재 때는 최우선적으로 열차를 터널 밖까지 운행하거나 가장 근접한 역에 정차시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아직 터널을 빠져나가려면 6㎞가 남은 데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과 유독가스로 열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승무원에게서 무전기로 화재 사실을 보고받은 기관사는 구로 철도교통관제센터에 긴급 연락을 취한 뒤 열차를 가장 가까운 14번 수직구(수직대피통로)에 세웠다.

3조60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올 연말 개통되는 수도권고속철도의 핵심 시설인 율현터널에는 2.5∼3.5㎞ 간격으로 16개의 수직구가 설치돼 있다. 터널과 연결된 수직구는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방화문, 24인승 엘리베이터, 계단, 공기호흡기 등이 설치돼 있어 유사시 승객들이 신속하게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승무원과 긴급출동한 초기대응팀이 승객을 수직구로 이동시키는 게 급선무. 구로 철도교통관제센터는 즉시 119에 구조요청을 보내는 동시에 승객들이 유독가스에 질식하지 않도록 연기를 제거, 배출시키는 제·배연 설비를 즉각 원격가동시켰다. 이 설비는 각 수직구마다 2개씩 설치돼 있다. 열차가 정차한 14번 수직구 환기구에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급기모드로, 인접 13번 수직구에서는 유독가스를 빨아들이도록 배기 모드로 송풍기를 각각 가동시켰다. 터널과 수직구를 연결하는 비상대피로 차단구역에도 공기를 불어넣어 압력을 높여줌으로써 유독가스가 비상대피로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했다.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신속하게 터널과 연결된 횡갱을 통해 수직구로 이동,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이용해 지상 탈출에 성공했다. 화재 진화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수직구를 통해 터널 내로 진입한 119 소방대원들은 지상 구난지역과 터널 사이에 연결된 소화 송수관을 통해 고압 소방수를 살수해 곧바로 진화에 성공했다. 모든 수직구 주변 구난지역은 소방차와 구급대원들이 편리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연결 도로망과 주차 구역, 송수관 장비 등이 완비돼 있다. 박종식 철도시설공단 안전계획부장은 “열차 정차위치에 따라 구조 소요시간이 다르지만 3∼20분이면 모든 승객이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율현터널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고속철도의 완벽한 안전과 방재를 위한 안전장치는 또 있다. 고속열차는 모든 자재에 불연·난연재를 사용했고, 화재위험 최고등급(4등급)을 적용해 제작했다. 율현터널 내 전선도 100% 난연재를 사용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8월부터 모든 안전관리시스템을 점검·분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KR 안전관리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철도 건설과 시설 관리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을 2개월간 분석했다. 직원과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무재해 달성’을 목표로 14개 실행과제를 추진 중이다. 강영일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율현터널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비상상황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실제상황에 준한 훈련을 실시했다”며 “ 화재, 탈선 등 다양한 사고 상황을 가정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재난에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토록 하고, ‘Safety first!’라는 슬로건 아래 무재해 달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