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에 화물 인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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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송계약 인수’ 보고서 입수

한진 채권단 결정 열흘 앞서
8월 중순에 첫 법률자문 받아
현대 “물류대란 대비 위한것”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수일 전에 국내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한진해운 운송계약 인수’와 관련한 법률 자문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일각에선 현대상선이 미리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인지해 이 같은 절차를 밟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법무법인 세경의 ‘N(한진해운)사 운송계약 인수’ 보고서(사진)를 보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대비해 기존 한진해운 운송 계약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세경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보고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기존 운송 계약을 인수하는 방법을 시나리오별로 상세히 다루고 있다. 크게 △한진해운의 운송 계약 인수 관련 동의 여부 △화물의 해상 및 육상 운송 전·후 여부 △운송 비용 선불(Pre-paid) 지급 여부 △법원의 한진해운 회생개시 전·후 등으로 나뉜다. 아울러 보고서는 변수에 따라 현대상선의 권리와 의무, 비용 등 예상되는 문제와 추가로 화주와 맺어야 하는 계약 등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한진해운의 회생 개시 이후 화주가 미리 지급한 운임을 현대상선이 ‘공익채권’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익채권은 회사의 회생 절차 등에 쓴 비용에 대한 청구권을 말한다.

논란이 되는 건 보고서의 작성 시점이다. 세경은 8월 22일 이 보고서를 현대상선에 전달했다. 현대상선 측은 8월 중순에 세경에 처음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 중단을 결정(8월 30일)하기 열흘 정도 앞선 시기다. 한진해운은 채권단 결정 이후 다음날인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현대상선이 운송 계약 인수를 위해 채권단 결정 이전부터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간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국적 선사로 여러 상황을 가정해 물류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적인 검토를 미리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