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관련 지질조사 내년 재개… 예산 600억 편성

안전처, 경주·原電지역부터
2009년엔 예산 때문에 중단

정부가 지진 관련 활성단층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과거 중단됐던 지질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키로 했다.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라고 인식되던 시절 예산 문제로 지원이 중단됐던 지진 관련 지질조사가 뒤늦게 재개되는 셈이다.

20일 방재 당국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내년도 활성단층 파악 등 지진 관련 지질조사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하며 이를 위해 약 6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12일과 19일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지역과 원자력 관련 시설이 밀집된 남동지역,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를 우선 대상으로 5년 단기 조사에 105억 원, 전국을 대상으로 한 20년 장기조사에 500억 원 가량이 편성됐다. 안전처 측은 “지진 피해 방지를 위해 활성단층 파악 등 정밀한 지질조사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에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소방방재청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국내 활성단층 등 지질조사를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당국은 샘플에 해당하는 일부 지역에 대한 조사·분석만으로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졸속 조사라는 외부 지적 등으로 인해 조사 결과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연구를 중단시켰다. 이후 예산 문제를 이유로 더 이상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지진 이후 전국 단위의 활성단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질 조사가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조사를 통해 누적된 정보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엄밀하다는 평가다.

안전처는 내년부터 추진될 조사와 관련해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원전 시설 밀집지역과 대도시 지역의 활성단층과 같은 지질 정보를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샘플도 대폭 확대해 조사의 객관성을 높일 계획이다.

박정민·박선호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