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62) 46장 국개위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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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왜?”

최만철이 불쑥 말하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국가개혁위원회 산업위원장 최만철은 몇 달 전만 해도 민노총 위원장이었다. 어깨를 늘어뜨린 최만철이 말을 이었다.

“딱 그 두 마디 말에 상대는 할 말을 잃는 겁니다. 그것은 너는? 하고 되묻는 뜻도 있습니다.”

최만철은 지금 자신이 주창한 ‘참기’ 운동을 서동수에게 설명하고 있다. 최만철은 참기 운동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확산시켜 나갔는데 ‘새바람’ 운동과 병행시켰다. 대한연방과 유라시아 진출에 대한 남북한의 기대가 곡절을 겪었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것을 새바람으로 일으키고 참기 운동으로 이어가려고 기를 쓰는 중이다. 최만철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오히려 더 결속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이 쉬운 일인가? 수십 년간 쥐고 있었던 권력이다, 힘이다.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참는다고? 너나 참고 희생해라.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쥐고 있겠다.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창밖을 보았다. 전용기는 지금 북한 상공을 날아가는 중이다. 곧 평양에 닿는다. 전용기 회의실에 둘러앉은 네 명은 서동수와 유병선, 안종관과 최만철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SNS에서 고정규 씨가 시 주석의 밀사와 만났다는 말이 퍼져 있던데요.”

화제를 바꾸자 셋의 어깨가 늘어졌다. 모두 읽은 것이다. 오후 4시 30분, 김동일 위원장하고의 약속은 6시 30분이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시 주석 밀사를 만나 전갈을 받았다는 내용을 물타기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매국노가 되는 것이지요.”

안종관이 담담하게 말하는 바람에 충격적인 내용을 그냥 흘려들을 뻔했는지 뒤늦게 최만철이 흠칫했다.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매국노도 다 명분이 있습니다. 이완용도, 독립운동가를 밀고한 밀고자도 다 핑계가 있습니다. 그런 위인들이 득세하다가 나라가 망한 것이지요.”

“알고 있을까?”

불쑥 서동수가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병선이 대답을 했다.

“처음에는 아는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합리화시킵니다. 그리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렇게 단체 매국, 단체 반역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때 서동수가 입을 벌리며 소리 없이 웃었으므로 최만철의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게 남의 일처럼 웃고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평양공항에 내려서 주석궁으로 달려갈 때까지 최만철의 찜찜한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김동일을 처음 만나는 셈이지만 감동도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6시 30분에 주석궁 회의실에서 서동수와 김동일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서동수가 실제로 정상은 아니지만 북한 측에서는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다. 북한 측 참석자는 김동일과 최측근인 당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박경수, 그리고 호위사령관 유한영이다. 서로 인사가 끝나고 장방형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먼저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에게 말했다.

“그거, SNS에서 다 떠돌고 있던데요. 뭐, 장관께서 말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시진핑의 밀사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이다.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럼 고정규 씨도 시 주석 밀사를 만났다는 SNS를 보셨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