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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용절벽 ‘정상일터’로 넘어야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21일(水)
‘남자가 무슨 !’ 가부장적 고정관념… ‘육아휴직 1%’ 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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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 개선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개최된 ‘베이비페어’에서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며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2) ‘유명무실’ 육아휴직제도

“남자가 애 키운다고 휴직을 한다니, 김 대리가 아예 애도 낳지 그래!” “애도 태어났는데 ‘커리어(직업 경력)’ 관리가 더 중요해진 거 아닌가?” “육아 도우미 구하면 되지, 호들갑스럽기는….” 할까 말까 고민하던 끝에 결단을 내리고 육아휴직을 회사에 보고한 보통의 남성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흔히 듣는 소리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호(32·가명) 씨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육아휴직을 고민 중이지만, 상사의 이 같은 반응에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 “육아휴직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말을 농담처럼 꺼낼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에도 남성이 최소 1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실에서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이 ‘별종’ 취급을 받는 사내 문화 △여전히 남성이 경제활동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 △육아휴직 사용 시 겪을 ‘경제적 어려움’ 등이 ‘남성 육아휴직 3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남성 육아휴직, 여전히 걸음마=남성도 여성만큼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일·가정 양립은 물론 일터에서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872명으로 2015년 출생자 수(43만8700명) 대비 1%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5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 2009곳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1명도 없는 사업장이 무려 1202곳(59.8%)에 달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캠페인,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맞물려 서서히 여성 육아휴직이 정착될 수 있었다.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문제들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가로막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걸림돌 1 : ‘별종’이 되고 싶진 않다=7개월째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박모 씨는 복직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박 씨는 “사실 직장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서장 반대에도 육아휴직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로부터 부서장이 “그 자식은 우리 부서에 돌아오지 못하게 인사팀에 일러둘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말을 들었다. 남성 직원이 줄줄이 육아휴직을 쓰는 도미노 사태를 막기 위해 박 씨를 ‘시범 케이스’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박 씨의 경우처럼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자리 잡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상사나 동료들의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꼽힌다.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성공을 포기한 사람’ ‘유난스러운 사람’ ‘이직·퇴직 등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를 감수해야만 한다. 박 씨는 “가까운 선배나 동료들이 별 뜻 없이 던지는 ‘야, 나도 쉬고 싶은데 정말 부럽다’는 말도 마음의 짐이 된다”고 말했다.

◇걸림돌 2 : 그래도 가장인데 돈을 벌어야지=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이 1년, 여성이 1년 정도 육아휴직을 쓰고 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양육을 부탁할 곳을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홍(여·33) 대리는 시댁으로부터 “그러다 우리 아들 앞길 막히면 어떻게 하나” “애는 엄마가 봐야지 아빠가 애를 잘 볼 수나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회사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 탓에 홍 대리는 남편을 쉽사리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홍 대리는 “남편과 나는 연봉이 비슷하고, 남편이 꼼꼼한 성격이라 육아나 집안일을 더 잘하는 편”이라면서도 “남편의 육아휴직 사용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리의 남편 A 씨는 “육아휴직을 쓴 남성을 ‘용감한 아빠’라고 부르는 배경에 우리 사회에 가부장적인 문화가 숨어 있다”며 “과거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남자 구실 못한다’는 식의 반응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육아나 가사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사회적 인식이 있고, 실제 남성 육아휴직자의 육아 분담률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남성 근로자를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선에 따라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걸림돌 3 : ‘쥐꼬리’ 육아휴직 급여=남성 육아휴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급여는 통상임금의 40%가량 지급된다. 상한선은 월 100만 원, 하한선은 월 50만 원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특성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여성 근로자에 비해 높다. 가정의 주요 수입원인 남성의 급여가 줄면 가족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차피 남성이 여성만큼 육아를 잘하지 못할 것 같으니, 육아는 부인이 전담하고 돈은 남편이 벌어오는 편이 낫다”며 스스로 경력단절의 길을 걷는 여성이 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 10월부터 ‘아빠의 달’ 제도를 마련하고,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경우 두 번째 휴직자의 첫 한 달치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150만 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아빠의 달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고, 이 기간 상한액도 200만 원까지 늘렸다. 이처럼 육아휴직 기간의 경제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더욱 확대돼야 남성 육아휴직 사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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