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差 승부… 성능 입증 최고의 기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16 월드랠리챔피언십(WRC)’ 4차 대회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 소속 i20 랠리카가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엔진·변속기 등 新기술 테스트
성적으로 명성쌓는 마케팅 무대

리어 뷰 미러·패들 시프트 등도
모터스포츠 기술경쟁으로 탄생

현대 ‘車철인경기’ WRC 참가
i20 랠리카 투입 올해 2위 달려

자동차의 발명과 함께 1894년 시작된 ‘모터스포츠(Motor Sports)’는 이후 자동차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발전과 변신을 거듭해 왔다.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경쟁 끝에 새로운 기술도 속속 등장해 양산 차로 확대됐다.

뒤에서 오는 차를 확인하는 리어 뷰 미러(백미러)나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변속할 수 있도록 한 패들 시프트, 버튼 하나로 시동을 거는 스마트 버튼, 레이저 라이트 등은 모두 모터스포츠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다. 반대로 새로 개발한 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시험장)로 모터스포츠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의 성능을 알리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페라리 등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명차로 이름난 브랜드들은 과거 모터스포츠를 통해 거둔 성적으로 명성을 쌓아올렸다. 지금도 주요 브랜드는 모터스포츠 팬들을 잡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거나 아예 대회를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차량 개발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 브랜드들은 전략적으로 1∼2개 대회를 선정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부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60개국에서 연평균 1억5000만 명이 시청하는 WRC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의 하나로 1년간 5개 대륙에서 13개 대회가 치러진다. 일반도로에서부터 산길, 눈길, 빙판길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장거리 경주로 진행돼 차량의 내구성과 주행 성능을 겨루는 ‘자동차 철인경기’로 불린다. 특히 비양산 차로 경쟁하는 ‘포뮬러원(F1)’ 대회와 달리 양산 차를 경주용으로 개조해 참가하는 만큼 현대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포드 등 대중차 브랜드들이 참가해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2000∼2003년 베르나 랠리카를 통해 WRC에 참가했다 철수한 바 있는 현대차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다시 WRC 참가를 결정했고 i20 랠리카를 기반으로 2014년부터 참가해 첫해 4위, 지난해 3위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폭스바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300마력급 엔진을 장착한 i20 랠리카를 통해 쌓은 경험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고성능차 ‘N 브랜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주요 모터스포츠 대회 가운데 WRC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킷용을 별도 개발해 경기를 치르는 다른 대회와 달리 연간 2만5000대 이상 판매되는 일반 양산 차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차체,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등의 상품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적의 모터스포츠라는 것이 폭스바겐이 WRC를 선택한 이유다. 같은 이유로 폭스바겐과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토요타 역시 내년부터 WRC 합류를 선언했다.

1894년 세계 최초의 카레이스에 참가한 이후 120년 넘게 수많은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벤츠는 ‘머신’이라 불리는 최고출력 750마력의 초고성능 차들이 승부를 겨루는 F1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올해 F1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 소속 니코 로즈버그가 1위를 기록하며 올 시즌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40여 년간 F1에 참가해 12개의 우승컵을 차지한 르노 역시 F1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고성능 모델인 RS에 접목하고 있고 인피니티도 르노와 협력해 F1에 참가 중이다. 특히 르노는 F1의 전기차 버전인 포뮬러-e 대회에서 2014년 대회 시작 이후 내리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4륜구동 기술인 ‘콰트로 시스템’을 강조해 온 아우디는 국제자동차연맹이 1998년부터 서킷에서 이뤄지는 경주에 4륜구동 레이싱카 출전을 금지하자 신기술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지 않은 ‘르망 24시간 레이스’로 눈을 돌렸고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