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63) 46장 국개위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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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물타기 하는 겁니다.”

바로 김동일이 말했을 때 저도 모르게 최만철이 숨을 들이켰다. 김동일은 적(敵)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원수였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 석 달 후에 서동수와 김동일은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 대결하게 되는 적이다. 선거전(戰)의 상대는 최만철이 겪어 보았기 때문에 잘 안다. 그것은 전쟁터의 상대보다도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적인 것이다. 그 적이 이렇게 위로의 말을 뱉다니, 최만철은 이것이 현실 같지가 않았다. 김동일과 서동수가 서로 통하는 사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직접 양측을 대면하고 보니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동이 일어난다. 김동일의 몇 마디 말만 들었어도 그런다. 그때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연방이 되면 그런 부류들은 저절로 자멸(自滅)할 테니까요.”

“내가 김 위원장님한테서 위로를 받게 되는군요.”

“위로받으시려고 오신 것 아닙니까?”

김동일이 벙글벙글 웃었고 좌우의 측근들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이쪽은 다르다. 서동수는 숨만 들이켰고 유병선과 안종관은 시선을 내렸으며 최만철은 가슴이 미어지더니 목까지 막혔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남북한연방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남한 내부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입니다.”

“그건 70년 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일이지요.”

다시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 조부께서 남조선으로 내려가신 것이고요.”

좌우 측근들을 둘러본 김동일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다시 웃었다.

“미국 때문에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만일,…….”

숨을 고른 서동수가 정색하고 김동일을 보았다. 이제 김동일도 차분해진 표정으로 서동수를 보았고 좌우 측근도 마찬가지다. 유병선, 안종관, 최만철도 서동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석 달 후에 대한연방 대통령에 당선되면 위원장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합니다. 오시기 전에 저도 상의를 했지요.”

김동일의 시선이 말석에 앉은 최만철에게로 옮겨졌다.

“최 동무께서 국개위 산업위원장이지요?”

“예, 위원장님.”

놀란 최만철의 목소리가 컸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다시 물었다.

“참기 운동을 주창하셨지요?”

“예, 위원장님.”

“난 그 운동을 보고 우리 ‘천리마운동’, ‘새벽별보기운동’이 생각나더라고요. 지난 이야기지만.”

“…….”

“훌륭한 계획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그래서 우리도 ‘참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우리 북조선의 참기 운동은 남조선보다 몇 배 성과를 낼 겁니다.”

숨도 안 쉰 채 최만철은 굳어졌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최 동무께서 당분간 북조선의 참기 운동을 지도해주시지요. ‘석 달 참기’ 운동이라고 이름 지어도 됩니다.”

최만철은 숨이 막혔지만 기어이 참았다. 서 후보가 날 데려온 이유가 이것이구나. 두 지도자가 짰다. 이 얼마나 무서운 참기인가? 석 달 참은 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