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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 입력 2016-09-21 11:23
간장양념 쓴 제주 음식
조림을 지짐이라 불러
콩은 볶아 구수함 배가
향신채소는 조금만 넣어
우럭, 오래 조려도 졸깃
한반도가 아무리 좁다지만 각 지역의 향토음식은 제법 다채롭다. 평야보다 많은 산지, 삼면이 바다와 섬으로 구성된 풍토의 영향 때문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자연과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향토음식을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삶도 알 수 있다.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우리 향토음식은 흥미로운 주제다. 이 때문에 틈나는 대로 각 지역을 찾아가 공부하는데 최근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현재의 제주도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명소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고립된 섬이어서 외부 왕래가 쉽지 않았고 음식 재료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한 음식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우선 지형적으로 ‘섬’이다 보니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다. 또한 따뜻한 기후로 인해 겨울에도 채소 재배가 가능해 신선한 채소를 사철 즐길 수 있었다. 반면 쌀은 귀했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사질토와 현무암 토양은 논농사에 적합지 않았다. 이 때문에 쌀을 대신해 콩, 메밀, 보리, 조, 수수 등 잡곡류를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
조리법상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이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자 양념이 단순하고 조리시간도 짧다. 오늘 소개할 음식이 바로 제주도의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우럭콩지짐’이다. 제주도에서는 조림을 ‘지짐’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식 지짐은 주로 간장이나 된장을 이용하며 향신채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지짐의 종류는 갈치지짐, 고등어지짐, 멜(멸치)지짐, 볼락지짐, 우럭콩지짐, 따치지짐, 보들레기지짐 등 다양하다. 생선의 특징에 따라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게 바짝 조리는 경우가 있고, 콩을 넣고 조려 양념과 육수가 배어든 콩을 함께 즐기는 경우도 있다.
우럭콩지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콩을 넣고 조린 음식이다. 콩은 한 번 볶아 구수한 맛을 배가시켜 사용한다. 간장으로 조리고 다른 향신채소는 아주 조금만 넣어 우럭과 간장의 맛이 배어든 단순하면서도 구수한 콩 맛이 일품이다. 우럭은 살이 단단해 오래 조려도 살이 흐트러지지 않고 졸깃하다. 우럭과 함께 조린 콩이 남으면 된장 등을 넣고 한 번 더 조려 쌈장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우럭콩지짐은 제주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제주 향토음식 김지순 명인이 운영하는 향토음식 전문점 ‘낭푼밥상’에서 맛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제주 방문에서 김지순 명인의 아들인 양용진 셰프는 제주 음식의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음식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이라는 책도 선물로 줬다. 오늘 소개하는 우럭콩지짐 조리법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약간 재해석한 것임을 밝힌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우럭 2마리(한 마리 무게 약 400g), 흰콩 1컵, 양념장재료(진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다진마늘·식용유 1큰술씩, 고운고춧가루 1/2큰술, 물 2컵, 다진생강 1/2작은술)
만드는 법
1 흰콩은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 팬에 15분 정도 볶아 둔다.
2 양념장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우럭은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꺼내 손질한다.
4 깊이가 있는 조림팬에 우럭과 볶은콩, 양념장을 넣고 센 불에 올린다.
5 조릴 때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여 15분간 조린다.
조리Tip
1 우럭은 1년 동안 맛이 변하지 않으므로 사계절 조려 먹어도 좋다. 조림용은 크기가 작고 저렴한 우럭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2 빨강우럭은 뻘 속에서 살기 때문에 내장이 까맣다. 검정우럭이 맛이 더 좋다.
3 우럭콩지짐은 상추, 호박, 깻잎에 싸먹으면 영양소의 균형이 잘 맞고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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