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시대’ 여는 은행들>韓流 활용 ‘핀텐츠’·모바일 소매금융… 현지 특화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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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새 먹거리 찾아 해외로

해외점포 5년새 30% 늘어
자산도 565억→882억달러

수익성 높은 동남아에 주력
동유럽·중남미 등 확대 박차

소액대출·할부금융 사업에
필리핀·印尼 등선 인수합병
국가별 맞춤형 상품도 출시

‘K-금융’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의 ‘제로섬 게임’을 종료하고, 저금리 기조 속 악화하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128조 원에 달했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6%에 불과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1분기 1.55%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은행들의 몸부림은 이미 시작됐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포함) 수는 지난 2010년 128개에서 지난해 167개로 30% 이상 늘었다.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565억 달러에서 882억 달러로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은행 총자산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해외 수익이 30% 이상인 일본 주요 은행들과 비교해 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외형 키우기 경쟁에만 매달렸지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을 노리는 영업 방식은 천편일률적”이라며 “경쟁력 강화, 장기적 수익을 위한 영업 모델 개발을 위해서라도 해외 시장을 신(新) 수익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글로벌 금융사인 HSBC를 제치고 외국계 은행 1위(순이익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미얀마에 양곤지점을 개설, 한국계 은행 최초로 미얀마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을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 완성에 한발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멕시코 현지법인 인가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기존 채널 현지화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신한베트남의 신용카드 사업은 현지 특화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용카드 사업은 2011년 시장에 진출한 지 4년 6개월 만에 회원 수 14만 명, 취급액 1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무엇보다 회원의 90%가 베트남 현지 고객이다.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현지 특화 금융서비스 확대도 중요 전략 중 하나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모바일플랫폼인 ‘써니뱅크’를 한국과 베트남에 동시 출범시켰으며, 현지 젊은 고객 확보를 위해 한류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핀텐츠(Fintech+Contents)’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전체 수익에서 해외 수익 비중은 2010년 2.9%에서 지난해 10.5%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리은행은 해외 시장 공략 무기로 최근 모바일플랫폼인 ‘위비뱅크’를 내세우고 있다. 부족한 해외 소매금융 영업기반을 모바일뱅킹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위비뱅크와 연계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은 해외법인 및 지점의 유치 실적이 출시 4개월 만에 5만1014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별 특화된 금융상품과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위비뱅크의 경우 중국에서는 ‘고객의 재산을 증식해준다’는 의미의 ‘요우리바오(友利寶)’를 쓰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르바(Lebah)’, 베트남은 ‘옹머트(Ong mat)’ 등을 쓰고 있다.

현지 금융사를 M&A하는 방식도 주된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는 은행업이 성숙하지 않아 소액대출,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 고객 및 네트워크를 확보한 뒤 은행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올해 필리핀의 중형 저축은행 웰스디벨롭먼트뱅크 지분 51%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소다라 은행을, 2014년에는 캄보디아 소액금융회사인 말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법인 신설 가승인을 받은 데 이어 독일·멕시코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400개로 늘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에 이르는 ‘신(新) 아시아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통합하면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국가에 가장 많은 해외지점 및 현지법인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익의 18.7%인 2066억 원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인 점포 확대와 더불어 현지 은행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지난 2010년 3600억 원 규모 지분을 투자한 중국 길림은행의 경우 매년 배당으로 200억 원가량을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중심으로 비은행 금융업에 대한 신규 지분 투자를 추진, 오는 2025년에는 해외 수익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가장 큰 해외 수익원이다. 지난해 말 38억 원에 불과했던 중국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6개월 만인 올해 6월 말 10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동유럽, 중동, 중남미 등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 글로벌 지역전문가를 파견, 양성하며 체계적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장 진출이 어려운 지역은 현지 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진출 기업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유니버설 뱅크(은행·보험·증권)를 꿈꾸는 KB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의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글로벌 관련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글로벌 위원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비은행권이 먼저 진출해 영업망을 넓히면 은행이 뒤따라오는 전략인 셈이다.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는 올 하반기 라오스 현지기업과 합작 리스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동남아 지역 해외 진출 사업 모델에 대한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연내 지분 투자 형태로 미얀마 소액대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 개설도 앞두고 있다. 중국 공소그룹과 중국 현지 인터넷 소액대출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