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64) 46장 국개위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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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격. 국개위 산업위원장 최만철이 평양에서 발표한 ‘석 달 참기’ 운동만큼 대한민국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최만철이 국개위 산업위원장이기는 해도 일개 위원회의 분과위원장 신분이다. 그 최만철이 평양에서 방송하는 ‘국영 북한’ TV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어디서? 주석궁의 대회의장에서. 그 장면을 본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넋을 놓았다. 한국 국민들에게 익숙한 그 대회의장이다. ‘밀랍인형’ 같은 수만 명의 군인이 꽉 찬 대회의장. 진시황릉의 ‘병마총’보다 10배는 더 위압적인 군상(軍像). 그 군상들을 내려다보는 연단에 수십 명의 장군과 정치국 위원들이 3열로 늘어앉았다. 그 ‘맨’ 앞 열의 ‘정’ 중앙에 최만철이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앉아 있던 위치다. 그 자리에 앉아서 최만철이 한마디씩 힘주어 말한 것이었다. 수만 명의 군인은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거대한 홀. 수만 쌍의 치켜뜬 눈동자. 그때 최만철의 목소리가 대회의장을, 서울역과 부산역 광장을, 광주 고속버스터미널을, 여수 KTX역 대합실을 울렸다.

“위대하신 김동일 위원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남조선 국가개혁위원회 산업분과위원장 최만철은 오늘 이 자리에서 선언하안다.”

대회의장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한 7500만이 숨을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순간에 한국에서 수천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방송과 차 안의 TV를 보느라고 부딪쳤기 때문이다. 자, 최만철의 말이 이어진다.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지금부터 ‘석 달 참기’ 운동을 개시하안다.”

그러고는 최만철이 똑바로 화면을 보았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모든 시선이 최만철과 마주쳤다.

“석 달만 참으면 여러분은 현재 임금의 10배를 받으며 남조선의 모든 산업장에서 일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누가 석 달 후에 연방대통령이 되더라도 보장이 되도록 합의하아였다.”

그 순간이다. 대회의장에 모인 군중(軍衆)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일어났다. 모두 박수를 치면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만세! 만세! 만세!”

그때 최만철이 김동일처럼 한쪽 손을 들자 만세 소리가 뚝 그쳤다. 손뼉을 치던 모든 군인이 다시 밀랍인형이 되었다. 다시 최만철의 말이 이어졌다.

“북조선의 ‘석 달 참기’ 운동과 남조선의 ‘새바람’ 운동이 결합하면 대한연방의 기세는 유라시아로 뻗어 나가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서게 될 거어시다!”

이제 최만철의 두 눈도 이글거렸고 목소리도 흥분으로 떨렸다.

“만세! 만세! 만세!”

다시 군중이 만세를 외쳤는데 이제는 더 컸다. 대회의장이 무너질 것 같다.

“야, 그만 쳐라!”

옆에서 변기성이 소리쳤으므로 이응호가 박수를 멈췄다. 전주 동창회 사무실 안이다. 사무실 안에는 동창 넷이 모여 있었는데 박수는 세 명이 쳤다. 박수를 안 친 조용만은 가는 귀가 먹어서 고함을 쳐야 알아듣는다. 변기성이 TV 음량을 줄이더니 이응호에게 물었다.

“임금 10배를 주면 도대체 얼마여?”

“그려도 지금 대기업 임금 수준의 30%도 안 되여.”

이응호가 금방 대답했다.

“북한 노동자들한테 15배를 준다고 해도 될 것이다.”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알 수가 있다. 북한 노동자 월급은 월 50달러 수준이다. 한국 대기업 임금 수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