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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22일(木)
유엔 決議보다 ‘우리 決意’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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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前 외교부 차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차원의 제재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제2270호가 시행된 지 반년 만에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고 20여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으니 제재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북한이 이른바 핵실험 ‘3년 주기설’을 깨고 8개월 만에 핵실험을 강행하고 탄도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내년 1월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기술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바심의 결과다.

북한은 중국이 최악의 유엔 제재 결의는 막아줄 것이라고 보고, 2017년 상반기에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지기 전에 핵·미사일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을 오래 다뤄본 전문가들이 참모로 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즉 북한이 대화에 나올 때까지 적당한 압박을 가하면서 기다리는 소극적 정책으로부터, 대화를 지향하되 다양하고 강력한 압박 수단을 구사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 적절한 시점에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을 연계시키는 대화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핵 동결 조치를 취하려면 그 전에 핵·미사일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려 놔야 한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우리는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가 조금 더 강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하는 데 열중하는 ‘관료주의적 접근’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북한 정권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치명적 제재를 가할 생각은 없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6차 핵실험을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북핵 위기가 통제 불능 직전 상태에 왔다고 보고 동맹 및 우방들과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지난 3년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존 박 박사와 짐 월시 박사의 연구를 비롯해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가 수행한 대북 제재 평가 보고서의 핵심은 북한 당국과 일부 중국 기업이 긴밀한 유착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제재망에서 벗어난 200여 곳의 중국 기업 중에는 (중국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과 같은 중·북 합작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북한의 국영기업들이 중국에 들어가 중국 기업으로 위장 창업한 것들이다. 이와 같은 ‘북핵 공범(共犯)’들을 척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이른바 ‘2차 제재(secondary boycott)’다. 한·미·일이 중심이 돼 국제사회가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들이 북한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아내 중국 당국에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리스트에 올라가고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다.

2차 제재 조치와 더불어 북한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 개발이 자신의 ‘50년 집권 플랜’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해서는 외교적 대응과 군사적 위협이 합쳐져야 한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도 빌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을 군사 공격하려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6월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것은 경제 제재 속에 (협상에 반대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는 군사적 압박이 역설적으로 함께 작동한 결과다. 우리의 군(軍) 대비태세 및 군사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미·일 등과 함께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도 중요하지만 11월 8일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 당선자 진영과 협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외교적 압박, 군사적 옵션 및 대북 협상 방향에 관한 포괄적 협의가 필요하다. 한·미·일 공조 체제의 틀 속에서 이뤄지면 더욱 좋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전 국민이 단합된 모습으로 반드시 북한 핵을 저지하겠다는 우리의 강한 결의가 있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決議)보다 대한민국의 결의(決意)가 중요하다. 그렇잖으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우리를 외면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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