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파탈’이 죄?… 마타하리 41년의 삶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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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팜파탈 스파이’ 마타 하리의 정체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역사적 기록으로만 본다면, 마타 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며 독일에 연합군(영국·프랑스·러시아)의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프랑스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1917년 10월 15일 총살됐다. 당시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사형장에서 눈가리개도 거부한 채 41년간의 파란만장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1999년 영국 정보부의 ‘마타 하리 보고서’가 공개되고, 2007년 러셀 워런 하우의 ‘무고한 스파이, 마타 하리의 슬픈 운명’ 등의 문서가 나오면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과연 그는 이중 스파이였을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사진)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마타 하리의 일생을 재조명하고 있다. 마타 하리의 사망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20년간 발표된 자료에 근거해 매 순간 자유롭고 독립적이길 원했던 그의 삶을 재구성했다.

충격적인 사형 장면의 프롤로그 이후 이야기는 1, 2부에 걸쳐 마타 하리의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진다. 그가 클뤼네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마타 하리는 1876년 네덜란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파산으로 빈곤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결국 생활고 속에 구인광고를 보고 만난 네덜란드군 장교 뤼돌프 마클레오트와 3개월 만에 결혼해 네덜란드령인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건너갔다.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결혼생활은 악몽 같았다.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 원인 모를 아들의 독살로 절망에 빠진 그는 고대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을 보고 매료된 후 새로운 삶을 결심하고 귀국한다.

마타 하리는 이국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춤으로 일약 프랑스 사교계의 ‘별’이 된다.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그는 낮에는 물랭루주에서 춤을 추는 무희로, 밤에는 권력자의 정부로 명성을 떨친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이 터질 줄은 꿈에도 모르고 1914년 7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독일 베를린에 갔다가 스파이 혐의로 위기에 처한다. 쫓기듯이 네덜란드로 피신한 후 도움을 청하기 위해 독일 영사를 만났다가 오히려 더 큰 스파이 활동을 제안받는다. 코드명은 ‘H21’, 활동비는 2만 프랑. 마타 하리는 곧바로 프랑스 첩보부에 이를 신고하고 독일에서 제안받은 내용을 사실대로 고백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는 1917년 2월 13일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다.

이에 대한 설명은 3부 클뤼네 변호사의 1인칭 편지 형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건 아마도 저자가 마타 하리를 바라보는 시각일지도 모른다.

“여자라는 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더 큰 죄로, 대중 앞에서 옷을 벗었다는 막중한 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남자들과 관계했다는 죄로, 당신은 부당하게 희생됐습니다. 당신은 도덕적 관습에 겁 없이 저항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