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장관 거취와 별개로 與野는 제대로 국회 가동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시국’ 인식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안보·경제 등 당장 풀어야 할 국가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그만큼 국회(國會)가 해야 할 일도 많다. 밤새워 일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거취 문제로 26일부터 20일 일정으로 열릴 국정감사부터 표류하고 있다.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지난 24일 새벽 본회의에서 가결된 데 대한 불만으로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표결 직전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 아니면 어버이연합(청문회)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 라고 한 발언 녹취까지 공개하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형사 고발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 장관 문제에 대한 여야(與野) 양측 주장에는 모두 일리가 있는 측면도 있고, 아전인수식의 무리한 부분도 있다. 농협은행에서의 거액 대출, 특정 기업 소유 주택 전세 등 도덕성 시비가 발생했고, 이런 문제들 중 일부는 과장이거나 사실과 다른 것도 드러났다. 그래서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가결됐고, 박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했다. 모두 헌법에 규정된 절차와 권능을 행사한 것이다. 김 장관이 직무를 계속할 수도 있고, 과거 새누리당이 야당 시절이던 때의 사례처럼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수도 있지만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 이에 따른 최종 판단은 국민 몫이다.

따라서 국회는 김 장관 거취 문제와는 별개로 제대로 할 일을 해야 한다. 제20대 국회는 출범 때부터 협치(協治)를 내세웠으나 이미 여러 달 허송세월했다. 특히,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이 국감 일정을 거부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해임건의를 거부 당한 야당이 그렇게 하더라도 말려야 할 것이다. 정 국회의장 발언도 국감과 별도로 따지면 될 일이다. 자칫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추궁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장기화하면 청와대의 심기를 의식한 ‘정치 파업’이란 비판도 면키 어렵다. 국감뿐 아니라 내년 예산 심의 등 분초를 다투는 현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