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67) 47장 대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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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돌아온 오정원은 시치미를 뚝 떼고 시선도 주지 않는다. 그동안 대충 들은 개인사는 결혼 2년 만에 이혼했고 혼자 산 지 3년째 되었다는 것이다. 자식은 없고 친정집에 들어가 산다는 것, 갸름한 얼굴에 콧날이 반듯하게 섰고 눈이 맑다. 날씬한 체격에 수줍어하는 편이라 말은 한석화가 다 했다. 오정원의 개인사도 한석화가 알려줬다. 술기운이 오른 양주만이 말했다.

“야, 네가 동창회장이 되어서 나한테 좋은 점이 두 가지 있다.”

“그것밖에 안 되냐?”

김광도가 농담처럼 물었지만 양주만은 정색하고 손가락부터 꼽았다.

“첫째는 널 내세워서 동창들한테 내 얼굴이 섰다는 것이고.”

양주만이 두 번째 손가락을 꼽았다.

“내가 목이 잘렸을 때 너한테 부탁할 수가 있다는 것이지.”

“이 자식이 노골적으로 달라붙네.”

김광도가 눈을 치켜떴지만 양주만의 처신이 오히려 솔직해서 좋았다. 그때 한석화가 말했다.

“나, 내년쯤 남편하고 한랜드로 갈 거야. 물론 애 데리고.”

한석화 남편도 약대를 나와 약국을 한다. 웃음 띤 얼굴로 한석화가 김광도를 보았다.

“나도 회사 그만두고 남편하고 같이 한랜드에서 약국을 할 작정이야.”

“잘 되었구나. 내가 도와주지.”

정색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네가 남편하고 헤어져서 혼자 온다면 더 좋을 텐데.”

“미쳤니? 너 하나 바라보고 그 추운 곳에 가게?”

“너 고생시키지 않으면 되지.”

“아이고, 여기도 새바람 부는구나.”

허성철이 소리치는 바람에 시선이 모였다. 그때 머리를 들었던 김광도가 오정원과 시선이 마주쳤다. 둘의 말을 들으면서 오정원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이 강했다. 어깨를 늘어뜨린 김광도가 술잔을 들었다. 한석화는 밝고 적극적이다.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가끔 정신없게 떠들 때도 있지만 분위기가 밝아졌다. 둥근 얼굴, 조금 통통한 몸, 그러나 드러난 종아리와 팔은 탄력이 느껴졌고 젖가슴이 컸다. 특히 도톰하게 솟은 아랫배를 보면 시선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유라시아 클럽에서 너무 잘빠진 몸매의 미녀만 보아서 그런지 평범한 용모에 더 끌리는 것 같다. 그때 한석화가 오정원에게 물었다.

“너, 광도한테 부탁해 보지 그래? 오늘 밤 아니면 시간 없겠다.”

“뭘?”

양주만이 나섰다.

“남자 문제라면 나한테 부탁해라. 내가 요즘 두 달 굶었다.”

양주만의 부인이 지난달 출산을 했다는 것이다. 한석화가 코웃음을 쳤다.

“오형제 신세나 져.”

그때 오정원이 김광도에게 말했다.

“나, 임시교사야. 다음 달에 계약이 끝나고 실업자가 돼.”

모두의 시선을 받은 오정원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기숙사도 좋지만 나한테도 새바람 좀 보내줘. 네가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나한테는 큰 도움이 될 거야.”

“아이고야.”

양주만이 감탄했다.

“오정원이가 이렇게 말 길게 하는 것 처음 보았다.”

그때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연락할게.”

술잔을 든 김광도가 덧붙였다.

“하긴 주변 관리부터 하는 것이 순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