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첫 직접 제재>“美 ‘제재 구멍’ 강력단속 의지 표명”

- 韓·美 전문가들 평가

“美·中 협력 새 전례 만들어”
“훙샹에 한정된 공조” 분석도

미국이 26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기업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의 핵심 자회사와 그 직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함에 따라 중국도 대북 제재의 틈을 더 강력하게 단속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불법 거래한 제3국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제재)에 중국이 동조하는 것은 훙샹그룹의 사례와 같이 구체적인 물증이 있을 경우에만 한정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7일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은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미 정부의 훙샹그룹 제재에 대해 “북한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는 미·중 간 협력의 새 전례를 만들었다”며 “미·중 간 협상 결과가 무엇인지는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느냐를 통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중국이 동조한 만큼 향후 도출될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이전보다 대북 압박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과 유엔 대북제재 조사관 등으로 활동한 윌리엄 뉴컴 존스홉킨스대 SAIS 방문학자도 이메일을 통해 “중국의 결단은 환영할 일”이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엄격하게 실행하겠다는 중요한 전환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안보 연구기관 C4ADS와 함께 훙샹그룹의 대북 거래 의혹을 처음 제기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우정엽 연구위원은 이번 제재를 계기로 더 많은 불법 대북 거래 업체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민간에서 이런 정보를 찾아낼 정도라면 다른 정보기관들이 나서 찾을 경우 훙샹그룹과 같은 대북 거래 기업들을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동조 분위기가 훙샹그룹 사건에 한정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7일 세종프레스포럼에서 “미국이 카드로 들고 있던 세컨더리 보이콧을 활용한 것은 중국에 대한 (대북제재 강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그러나 이 메시지의 성격이 대북 공조 강화 요청인지 중국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중국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제재를 강화한다는 입장이 나오겠지만, 외교적 입장일 수도 있다”며 “단둥(丹東)지역에서의 밀무역은 중국도 완전히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