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민 볼모로…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동시 파업에 돌입한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파업의 당위성을 알리는 선전 포스터를 앞에 두고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꿈의 직장’의 파업에 박탈감
“한가하고 배부른 노조” 비난
금융권 채용은 갈수록 줄어
평균임금 대기업 훌쩍 넘어
‘성과연봉’돼야 청년에 기회
지난 8월 청년실업률이 9.3%로 1999년 이후 월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실업 심각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공기업을 포함한 금융권, 운수 관련 공기업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연대 파업을 줄줄이 벌이자 취업 준비생들이 ‘한가하고 배부른 파업’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른바 ‘꿈의 직장’인 금융회사와 공기업에 다니면서 노동시장 여건을 개선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주된 반응이다.
카드사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전모(여·26) 씨는 27일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꿈의 직장인 금융권 종사자들이 파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파업 노조원들에게 호봉제처럼 가만히 있으면 월급이 올라가는 구조가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일반 기업에 비해 처우가 좋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 등 국내 대표 카드사들의 평균 연봉은 87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용 안정성이 높은 9개 금융 공기업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8525만 원이었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이 6544만 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청년층의 금융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기도 한다. 금융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금융 3종’으로 불리는 금융권 입사를 위한 필수 자격증이 있다.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자격증이다. 여기에 금융 공기업 등을 노린다면 1∼2년을 준비 기간으로 잡는 자산관리사 등을 준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금융업계 불황으로 채용규모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이 만든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금융권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용자들은 “영업 실적이 더 좋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인데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과연봉제 가는 것이 맞긴 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일단 나는 합격통지서부터 받아들고 걱정해야겠다. 파업할 여유가 부럽다”고 푸념했다.
이날 연대 파업에 들어간 운수 관련 공기업들도 취업 준비생 사이에선 꼭 들어갔으면 하는 직장 중 하나다. 직업 안정성, 적지 않은 급여 수준 등 민간 기업에 비해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박모(27) 씨는 “노조 등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공기업 취업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면서 “아래 세대에게 취업 기회를 더 제공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파업까지 감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공기업 등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진 경영상의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방법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재규·유회경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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