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수백만원 기숙학원, 알바생이 입시·학습 상담교사

교사 자질 수준이하 수두룩
1인 1실 아닌 2인 1실 운영
휴대전화 수거 외부연락 막아
학부모·학생들 분통 터뜨려

27일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1일 남은 가운데, 일부 대입 기숙학원이 부실하게 운영돼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질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 학습 보조교사로 채용하거나, 기숙사 등 생활환경이 광고 내용과 다른 학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7월 경기 가평군의 한 대입 기숙학원에서 수험생 관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대학생 김모(여·23) 씨와 홍모(여·23) 씨는 ‘양심에 찔려서’ 1주일 만에 일을 그만뒀다.

김 씨 등은 ‘생활지도사’ 채용에 지원했는데, 학원은 이들에게 학습 보조부터 입시상담까지 ‘담임교사’가 하는 업무를 맡겼다. 학원은 이들에게 대학생 신분을 밝히지 말고, 대학 졸업생인 것처럼 행동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김 씨는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를 책임지고 맡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퇴사했다. 김 씨는 “학부모는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들여서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내는데, 학원비에 비해 운영이 부실하다”며 “학습을 돕는 보조교사 중에는 전문대 졸업생이나 미용·예체능계 전공생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 학원의 보조교사는 영어 시험 채점을 하다 오답을 정답이라고 해 학생들 사이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학원이 광고 내용과 다르게 운영되는 사례도 있었다. 학부모 한모(여·47) 씨는 집중적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냈고, 최근 한 차례 면회를 다녀왔다.

그러나 1인 1실을 보장한다는 약속과 다르게 한 씨의 아이는 2인 1실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학원은 반별 수강 정원을 35명으로 제한한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편성됐다.

한 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학습 환경이 바뀌면 시험 준비에 차질이 생길지 몰라 수능 때까지는 아이를 이 학원에 둘 수밖에 없다”며 “학원에서 학생 휴대전화도 거둬 가기 때문에 면회 전에는 학원이 허위 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없었다”고 분개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기숙학원 광고를 본 학부모들은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녀의 성적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지만, 기숙학원 운영 인력이 부실하고 검증 절차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기간 외부와 단절돼 있는 기숙학원 시스템을 고려할 때, 부실 운영 실태를 고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