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시대’ 여는 은행들>동남아 저축은행 인수 등 ‘맞춤형 현지화 전략’ 通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현지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지분을 인수, 출범시킨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직원이 고객을 맞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 ② 시중은행 해외진출 성과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진출
국내 수출기업 의존하다보니
당기순이익 등서 고전했지만
지난해 현지고객 비율 1등급

신한, 현지 수준 실시간 송금
하나, 印尼 직원 거의 현지인
우리, 동남아서 적극적 M&A

국내 시중은행들이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외형은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이에 걸맞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 해외점포들이 그 나라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의존하던 영업 방식에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등 은행들의 해외 진출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고, 영업 전략도 현지 고객들을 적극 파고드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2012년 말 142개에서 2015년 말 현재 167개(38개국)로 늘어났다. 해외점포의 총자산 규모도 2005년 276억 달러에서 2015년 말 881억9000만 달러로 10년 동안 3배 이상으로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은행들도 예대마진이 감소하는 등 수익 기반이 취약해지자 해외로 눈을 돌린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수익성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감원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시중 은행별 자회사 현황’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당기순이익 비교가 가능한 은행들의 해외 자회사 27곳 중 절반이 넘는 16곳이 실적 정체 내지는 감소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이익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의 지난해 해외점포 영업 실적 자료를 봐도,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점포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4억∼6억 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당기순이익은 6억4000만 달러였으나 2013년 4억1000만 달러로 줄었고, 2014년 6억3000만 달러로 다시 성장했으나 지난해엔 5억7000만 달러로 57%나 급감했다.

은행들은 미국·영국·캐나다 등 금융 선진국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등 일부 신흥 시장에선 성장세마저 둔화하고 있다. 중국 소재 은행 지점 등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9600만 달러, 2013년 4400만 달러, 2014년 1억600만 달러로 증감을 이어가다 지난해 22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다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최근 국내 은행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해외 점포 순익은 빠른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해외 점포의 수익성이 향상되지 못한 것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수출 기업들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컸기 때문으로 보고, 현지화 전략으로 방향을 대폭 전환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금감원에서 평가하는 국내 은행의 현지화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해외점포의 현지화 등급은 2014년과 지난해 상·하반기 평가에서 모두 2등급을 받았으나 현지고객 비율, 현지예수금 비율 등 개별 평가 지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 현지고객과 현지직원 비율은 각각 83.1%, 91.8%로 1등급을 받았다. 현지자금 운용비율은 54.7%, 현지예수금 비율은 57.3%로 2등급을 받았다. 현지차입금비율은 41.8%로 3등급에 머물렀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의 현지화 성과가 향상되고 있는 것은 해외 진출 형태는 물론 영업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현지 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현지인과 현지 기업 대상 영업을 하거나 특정 계층에 대한 맞춤형 영업 전략을 세우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지 은행 수준의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매영업도 현지 수준으로 실시간 송금 등을 지원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에서 시작한 핀텐츠(핀테크+콘텐츠) 플랫폼을 현지인뿐만 아니라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도 적용할 예정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한 비전으로 ‘G.P.S. 스피드 업’ 전략을 제시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P.S. 스피드 업은 글로벌 위상 확립(Global), 사업그룹 간 협업체계 강화(Platform), 고객수요에 맞는 세분화 전략과 실행(Segmentation)을 의미한다. 조 행장은 아시아 기반 글로벌 뱅크 도약을 중장기 전략목표로 제시하며 “2020년까지 ‘당기순이익 2조’, ‘글로벌 손익 비중 20%’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EB하나은행은 현지화 영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네시아 법인을 꼽고 있다. 올 8월 말 기준 51개의 지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법인 본점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모두 현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직원 1000여 명 중, 한국 직원은 11명에 불과하다. 전체 고객 중 현지고객 비율은 89%, 현지 차주의 총여신 금액 비율도 70%에 달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해외 네트워크와 연계된 핀테크 금융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2017년까지 홍콩·싱가포르·일본·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핀테크 금융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글로벌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400개, 2020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M&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영업 이익 중 해외부문의 비중을 올해 10% 수준에서 2020년 30%까지 높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M&A와 채널 확대를 통해 해외수익 비중을 높이고 해외법인의 적극적인 리테일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해외 진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