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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28일(水)
수많은 要因 고려한 ‘地震 방정식’ 現시대엔 완성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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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연아 기자 yuna@

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 (18) 지진은 예측 가능할까

지난번 글의 마지막에 다음 글의 주제를 정하는 것은 필자인 내 맘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글을 보냈던 한 달 전만 해도, 글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당연히 라플라스의 악마를 물리친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지난 12일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큰 지진이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가 바뀐 이유다. 나뿐만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지진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지진도 물리적인 현상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물리학의 표준적인 이론 체계 안에서 지진 현상을 정량적으로 기술하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지진에 관여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또 각각의 요소가 다른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도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백번 양보해 지진을 기술하는 상당히 큰 규모의 수치 모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형에 들어 있는 변수의 초깃값이나 경곗값을 측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또 어떻게 하겠는가. 땅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에 관여하는 수많은 변수의 값을 조밀하고 정확히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먼 미래의 과학 발전 수준을 미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치 모형을 통한 지진 예보에 비하면, 어렵다고 소문난 일기 예보는 누워서 떡 먹기 같이 쉬운 문제다. 지진방정식을 누군가 완성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의 지진을 예측하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오랜 기간 불가능할 것으로 내가 확신하는 이유다.

지진처럼 복잡한 현상을 일으키는 모든 미시적인 요인에 대한 이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때, 과학자들은 주로 다른 방법을 택하게 된다. 바로 통계적인 예측이다. 비록 사실은 아니지만 다음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규모 6인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100㎞ 떨어진 곳에서 1주일 뒤에 규모 5인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과거의 지진 자료를 분석해보았더니 95%의 확률로 관찰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지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지진의 예측에 이런 통계적인 결과가 이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처럼 과거의 지진으로부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반복적인 패턴을 찾으려는 시도가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다. 결론만 먼저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진은 이런 방식의 통계적인 방법으로도 거의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믿음이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지진을 예측한다는 말은 몇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먼저, 지진과는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어떤 전조 증상을 관찰해 다음에 올 큰 지진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특정한 모양의 구름이 보인다는 주장도 있고, 보통과는 다른 무지개가 지진을 미리 알려준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7월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를 맡은 사람이 많았다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과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은, 이런 전조 증상이 지진을 예측한다고 할 만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거는 없다는 거다. 지진에 대한 전조 증상이 보고될 때는 일단 큰 지진이 일어난 다음,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무언가 보통 때와 다른 일이 있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중립적이지 않은 방법을 택할 때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경주 지진이 발생하자 7월의 부산, 울산 지역의 가스 냄새가 경주 지진의 전조 증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겼다. 지진의 예측은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는 문제라서 현재에도 물론 다양한 과학적인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다. 방사성 물질인 라돈의 방사능이 지진 전에 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계는 라돈 방사능과 지진의 상관관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몇 달 뒤의 지진을, 어떤 식으로라도 예측할 수 있는 확실한 전조 증상은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지진 이전에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큰 지진 발생 직전에는 사람이 몸으로 직접 느끼지 못하는 전진(foreshock)이 발생하곤 하는데 민감한 동물이 규모가 작은 전진을 느낄 가능성은 물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미리 대비할 정도의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동물의 이상행동에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신뢰할 만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진과 다른 전조 증상이 아니라, 지진 발생의 과거 자료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지진에 대한 이런 방향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 먼저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이 있다. 지진의 횟수가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에 관계하며,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지진의 빈도가 규칙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규모 5.0∼5.9 사이인 지진에 비해 6.0∼6.9인 큰 지진은 약 10분의 1의 빈도로 일어나고, 또 7.0∼7.9인 지진은 더 드물어 약 100분의 1의 빈도로 일어난다. 지진에 대한 이러한 통계적인 규칙성을 찾았다고 해서, 다음 지진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와 같은 구체적인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별 지진을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은 건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기준 등에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년 동안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건물을 지을 때, 1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일어나는 지진에는 당연히 대비해 내진 설계를 해야 하지만, 1만 년에 한 번의 빈도로 일어나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에 대비하는 내진 설계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진의 규모에 따른 발생 빈도에 대한 구텐베르크-리히터의 법칙 말고도 본진이 발생한 후 여진의 빈도에 대한 오모리의 법칙도 있다. 일단 큰 지진이 발생하면 이후 여진의 빈도가 시간에 대해 거의 반비례하는 꼴로 줄어든다는 통계적인 법칙이다. 이번 경주 지진 직후에는 많은 여진이 있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점점 여진의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과 관련된다. 보통은 큰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이후의 여진은 규모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오모리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해서 큰 지진에 대해 미리 대비하기는 어렵다.

내가 속한 통계물리학 분야에도 지진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일본의 물리학자 아베 교수는 과거 지진이 발생한 위치들을 모아서 지진 발생 지역의 상호의존관계에 기반을 둔 지진의 연결망을 만들었다. 큰 지진 전후에 이러한 지진의 연결망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본 연구다. 내가 속한 복잡한 연결망 연구 분야에서 표준적으로 재는 측정량 중에 군집계수라는 것이 있다. 말은 어렵지만 사실 별 게 아니라 연결망 안에서 내 친구 둘이 서로 아는 상황, 즉 나를 포함하면 삼각형 모양의 연결이 있는 상황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를 재는 값이다. 연결망 전체에서 이런 관계의 삼각형이 많으면 친구 관계가 서로 군집해서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베 교수는 지진 연결망의 군집계수가 큰 지진 전후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봐서, 지진 직후에 군집계수가 급격히 커지며, 이후에는 그 값이 천천히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큰 지진 후의 여진에서는 각 지역의 지진들이 서로 연결돼 일어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보인 연구다. 이 연구에서도 아쉽게도 큰 지진 전의 지진 연결망은 아무런 전조 증상을 볼 수 없었다. 아베 교수의 연구에 기반을 두고 큰 지진에 미리 대비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 특히 나를 포함한 통계물리학자들이 지진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실 내가 올해 6월의 연재 글에서 설명한 쌀을 한 톨씩 떨어뜨리는 쌀 사태 모형의 관점이다. 쌀 사태 전체의 구체적인 모습에 따라 어떨 때는 방금 떨어뜨린 쌀 한 톨이 큰 쌀 사태를 만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전체의 쌀더미에 거의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지진 현상을 설명한다. 만약 정말로 지진이 쌀 사태의 물리학과 비슷한 것이라면 구체적인 개별 지진에 대한 예측은 원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 된다. 떨어뜨린 쌀 한 톨이 만들어내는 쌀 사태의 규모와 빈도를 측정해 볼 수 있다. 쌀 사태 빈도의 통계적인 규칙성은 지진의 구텐베르크-리히터의 법칙을 따른다. 나는 특정 규모의 지진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까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은 일단은 미래의 과학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이런 방향의 연구가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통계적인 규칙성이라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예측은 어려워도 대비는 가능할 수 있다.(문화일보 8월 31일자 26면 17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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