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day>투명사회 가는 길… 소비심리 위축 ‘성장절벽’ 직면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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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시행 경제 파장

움츠러든 가계·기업 활동에
美금리 인상·구조조정 악재
4분기 성장 1%대 전망까지

“중장기적 순기능 있겠지만
요식업·서비스업 직접 타격
위축된 경제심리 해소 필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올 4분기 소비 위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금지 행위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정부는 물론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소비 심리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및 수출 부진 속에 가계 및 기업 심리마저 위축된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다 오는 12월 미국 금리 인상마저 예고돼 ‘트리플 악재’가 올해 4분기 ‘성장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한국은행과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은 올해 4분기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김영란법에 따른 경제 성장률 하락 폭을 정확하게 추산하지는 못했으나 단기적으로 소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이) 중장기적으로 사회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수요 위축과 이에 따라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긴장속 권익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 마련된 위반행위 신고접수 창구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LG경제연구원도 최근 하반기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서 “김영란법 시행이 장기적으로는 제도 투명성을 높여 우리 경제 성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요식업, 백화점, 골프장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소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들이 10월 이후 외부인과의 만남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는 당장 요식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최근 개선세를 보이고 있던 가계의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 심리를 또다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이 실제 어느 정도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은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한은은 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위험)는 있지만 건설 투자 호조세 지속과 하반기 정부의 소비촉진정책 및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울산·경남 지역의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구조조정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예고에 따른 금융 불안 우려마저 겹치면서 김영란법 시행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 위축과 수출 및 소비 위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올해 2.7%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가계부채 급증과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올 4분기 성장률이 1%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김영란법 시행 영향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과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기존에 알려진 변수에 불확실성이 높은 김영란법이 추가돼 4분기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충남·윤정선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