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day>“3만원에 맞춰줄게요” 호객에도 ‘썰렁’

- 法시행 전야 도심 유흥가

북창동·선릉역 주변 등 한산
“일찍 문닫고 들어간다” 울상

“싼값에 맞춰드릴게요.”

자정이 가까운 27일 늦은 밤 서울 중구 북창동. 한 호객꾼이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 무리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하지만 직장인 무리는 호객꾼을 외면한 채 그대로 지나쳐 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발효를 몇 시간 앞두고 유흥업소들이 몰린 북창동 일대는 자정이 가까워갈수록 한산해졌다. 손님을 안내하지 못한 호객꾼들은 멀뚱멀뚱 서 있거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다만 가격이 싼 일반 술집이나 포장마차 등에서는 시민들이 간간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유흥주점 여종업원을 관리(?)하는 듯한 한 40대 여성은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거기도 손님 없어요? 아가씨들 다 그냥 집에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고…”라면서 지나가는 직장인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날 밤 만난 A 룸노래방 영업실장은 “북창동 자체가 예전보다 한산해지기는 했지만, 오늘은 손님이 더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룸카페 영업임원도 “일부 업소는 어제(김영란법 시행 하루 전) ‘반짝 특수’로 룸이 모자라 손님들이 돌아간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오늘은 보다시피 공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B 씨는 “10시쯤에 담배를 사러온 한 업소 사장은 ‘손님이 없어 자정이 되기도 전에 문을 닫을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어제는 그래도 손님이 좀 있었는데…, 김영란법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정 이후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일대 유흥가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릉역 인근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금 이용 중인 사람들은 한 팀밖에 없고, 그나마도 친구들 세 명이 와서 술도 얼마 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단란주점의 매니저는 “평상시 같으면 법인 카드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아 자정 이후에도 룸 대부분이 찼다”며 “하지만 오늘은 자정 이후 겨우 한 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앞으로 손님이 아예 뚝 끊길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을 합친 전국 유흥업소 수는 4만7070개(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서울 지역에서는 5228개 업소가 영업 중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