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대 맞추려다… 토종 농산물 ‘직격탄’

‘김영란法’에 식당·술집 등서
비싼 한우 못쓰고 수입산으로
수익안나면 업종 변경도 고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토종 농산물 고사 우려를 낳고 있다. 전국의 식당과 술집에서 비싼 국내산보다 수입산 식재료로 단가를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 당국은 이처럼 단가 조정을 위해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단속도 계획 중이다.

경북 예천의 A 한우식당 주인은 28일 “평소 저녁 예약이 꽉 찼으나 오늘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한우 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양을 줄이고 가격대를 낮추거나 쌀이나 김치, 참깨 등은 값이 싼 중국산으로 바꿀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이 식당의 갈비살(100g) 등의 가격은 2만5000~3만 원대다. 또 대구 수성구 B 한우 전문점은 수입산 쇠고기 판매로 업종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이 식당 관계자는 “평소 20여 건 들어오던 저녁식사 예약이 5건만 들어왔다”며 “비싼 한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뉴질랜드산 쇠고기를 판매해 마진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이 즐겨 찾는 울산 남구 C 한우 소고기 식당, 20년 넘게 엄선된 싱싱한 국산 농수산물만 구입, 사용해 온 경남 창원의 D 한정식집 역시 마찬가지다. C 한우 소고기 식당 측은 “손님이 줄면 한우 대신 수입산 고기를 팔거나 업종 변경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38년간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던 인천 남동구 구월동 D 한우 암소 전문점은 가격 부담으로 이달 말쯤 문을 닫는다. 대신 새 주인이 수입산 불고기 메뉴를 개발해 오는 12월쯤 다른 이름으로 개업할 예정이다. 1인분 3만8000원, 4만7000원, 5만3000원 3종류를 판매했으나 재개업 시 1만8000~2만9000원 대의 수입산 불고기 메뉴를 내놓는다. 대구의 수입산 쇠고기·돼지고기 전문 취급업체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유통업체에서 수입산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당마다 ‘김영란법 몸살’을 앓으면서 수입산을 사용하면서도 국산으로 속여 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코스·한 상 요리의 메뉴를 줄여 내놓으면서 단가를 맞추기 위해 수입산을 섞어 팔 가능성이 있다”며 “지자체, 지방경찰청 등과 함께 10월 유명 식당과 술집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