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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28일(水)
기초과학 硏究 지원 시스템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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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서울대 교수·물리학

국내 저명 과학자들이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를 발표했다. 그 숫자도 초기 40여 명에서 250여 명이 동참하고 나서 모두 400명 가까운 과학자의 목소리로 커졌다.

연구개발비 예산은 계속 늘어 19조 원이나 되는데 왜 기초과학은 위축된다고 할까? 기초과학에 충분히 투자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프라스카티 연구개발(R&D) 지침서에 따르면 ‘기초연구’는 어떤 특정한 응용이나 사용 계획 없이 근본 원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탐구이다.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하는 ‘응용연구’와 ‘개발연구’와는 속성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 순위에서는 기초연구가 항상 뒤로 밀린다. 예산 당국의 평가에서 새로운 지식의 획득은 그리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과학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길 원한다. 과학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야만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성과만을 단기간에 얻어내야 한다. 예산을 집행하는 쪽에서는 논문을 양산하는 이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그 덕에 논문 수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30위 정도로 초라하다. 과학자들이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환경 속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때 분야를 선도하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이러한 열망이 정부 연구개발비 투자와 배분의 쇄신을 촉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미국은 정부 연구개발비의 45%를 기초과학에 투자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낮다. 명목상으로 기초과학에 투자한 것들도 따지고 보면 기초과학이 아닌 게 많으므로 그 비율은 더 낮아진다. 현장의 과학자들은 기초과학 공모과제 연구비 전체의 80%가 5000만 원 이하이고, 그마저도 3년 이내의 과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연구개발비를 늘리지 않더라도 무늬만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을 과감히 걸러내고 실질적인 기초과학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기초과학의 연구(硏究) 결과가 질적으로 향상되기 위해선 5년 이상의 장기 지원이 바람직하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는 연구비 배분과 투자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도 함부로 자신의 결정만으로 투자하진 않는다. 금융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를 통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듯이 기초과학의 연구비 지원도 예산 당국이 과학자의 의견을 참조만 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펀드매니저와 같이 과학 전문가에게 맡겨 볼 만하다.

해마다 10월 초면 그랬듯이 우리는 올해도 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느냐 하고 푸념들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것도 잠시뿐,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고 새로운 지평과 분야를 여는 도전적인 연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을 뒤쫓아가는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선 단기적 성과만 요구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유행 따라 너무 자주 연구 주제를 바꾼다. 도전적인 주제를 고수해 꾸준히 연구해 나갈 수 있는 연구비 지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바뀌어도 기초과학에 지원하는 연구비 체계가 한결같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예산 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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