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法 시행 이후>경로당 노인에 점심 제공하면 김영란법 위반?

‘1호 수사’신연희 구청장 관련
공직 유관단체 노인회가 관리
“法적용 애매한 부분 고민 중”
권익위 “노인회 먼저 판단해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1호 수사 대상자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고발된 가운데, 신고를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 구청장이 접대한 경로당 회장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로당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는 공직 유관단체인 대한노인회 전국 지회의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무집행사인(私人)’에 해당하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가 29일 신 구청장에 대한 전날 고발장 접수와 관련해 “어차피 증거가 첨부된 서면으로 신고가 접수됐으니까 수사는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다. 신 구청장이 전날 강남구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을 초청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관광을 시켜 주고 점심을 제공한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게 고발장 내용이다.

경찰은 신 구청장에 대해 △당일 행사가 지자체의 공식 행사로서 예외조항에 해당하는지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자체가 아닌 회원인 노인들도 접대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지 △과태료 처분사항에 해당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단법인인 대한노인회가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공직 유관단체인 것은 맞지만 임직원이 본부 임직원만 의미하는 것인지 각 지회에 있는 경로당 회장까지 해당하는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신 구청장 사건의 경우 김영란법이 확실히 적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 법리 검토가 필요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 등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경로당 이전에 우선 대한노인회 자체가 공무집행사인이 되는지도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한노인회가 보건복지부의 위탁업무를 맡는 게 있는지, 위탁업무와 관련해 초과되는 금품을 받은 게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김영란법과 달리 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통상적인 정당활동과 관련된 행위, 의례적 행위, 구호적·자선적 행위, 직무상 행위로서 법 또는 규칙으로 정하는 행위 등은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는 만큼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