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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30일(金)
억울한 죽음 풀어주는 열쇠… ‘부검’의 모든 것
피의자 거짓진술도 가려내… 유족 의견 반영이 관례… 반대해도 영장 발부땐 집행 가능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
‘故백남기씨 논란’으로 본 부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5일 숨진 백남기(69) 씨 시신의 부검 여부를 두고 경찰과 유족 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백 씨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 없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최근 한 차례 기각했던 부검 영장을 ‘유족과 충분히 협의하라’는 조건을 달아 발부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부검 절차 전반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살펴봤다.

1 부검은 왜 실시하는가

부검은 시신을 해부해서 사인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시신을 외표검사(外表檢査)만으로 사망의 종류 등을 밝혀내는 검사행위인 검시(檢屍)와는 달리 해부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개 흔히 말하는 부검은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범죄와 관련된 시신에 대한 사법해부로, 범죄와 죽은 원인과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주목적이다. 꼭 범죄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사망 원인을 알기 어려운 변사체를 부검하는 행정해부와 질병으로 죽었을 때 그 사인을 알기 위해 시행하는 병리해부도 있다. 부검은 사망한 이의 원인과 질병의 진행 정도는 물론 생전의 생활 습관, 그를 통해 자연환경이나 문화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법의학뿐만 아니라 역사학 연구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2 어떤 절차를 거치나

부검은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 청구해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된다. 변사 사건 중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뤄진다. 이때 유가족의 찬성 여부는 부검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부검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법 집행 행위이기 때문이다. 부검이 끝날 때까지 유가족은 사체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사체에 대한 압수 및 검증 행위도 법 집행 과정 중 하나로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다른 수사와 마찬가지로 사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사체는 실질적으로 의료진이 여러 방법을 통해 검증해야 하므로 이 같은 영장이 발부된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물건의 점유를 강제로 가질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압수물에 대한 분해나 물리적 훼손 등을 할 수 없다.

3 영장 발부 뒤 진행과정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은 별도의 자격증을 획득하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진행되는 부검 대부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이뤄진다. 판사가 부검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이 영장을 경찰에 내려보낸다. 보통 경찰은 영장과 함께 사체를 국과수로 이송한다. 부검을 집도하는 부검의는 크게 국과수 소속 법의관과 민간 지정 부검의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부검은 국과수 소속 법의관이 진행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현지에서 부검이 가능한 경우 대학이나 민간 병원 소속 부검의가 촉탁 부검을 진행할 수도 있다. 부검을 마친 부검의는 부검 소견서를 작성한다. 이어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와 부검 소견서 등을 참고해 사망 원인과 사망 추정 시각 등을 결정한다. 국과수가 진행하는 부검이 전체의 70%가량 된다. 나머지 30%는 인력 부족과 인재양성 목적 등으로 대학교수, 민간병원 소속 의사 등이 진행하고 있다.

4 유족이 반대해도 가능한가

통상 부검은 유족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관례지만 유족이 반대해도 부검영장을 발부받으면 집행할 수 있다. 백남기 씨 사망과 관련해서도 유족이 부검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수사당국은 강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이 있으면 유족 의사에 반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집행이 가능하므로 부검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나라에선 부검에 대해 ‘사람을 두 번 죽인다’ ‘사체를 훼손한다’ 등의 인식이 커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반드시 부검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사망한 인기 탤런트 최진실 씨 시신도 당초 유족이 부검을 강력히 반대했지만,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은 후 유족을 설득해 결국 부검을 진행한 바 있다.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철거민 5명의 시신은 유족 동의 없이 부검이 진행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5 부검 어느 정도 규모인가

지난해 국과수에서 진행한 부검은 총 6789건이다. 그중 국과수 소속 법의관이 집도한 부검이 총 4643건(68.4%)이고 촉탁 부검이 2146건(31.3%)이었다. 지난해 기준 국과수에서 근무 중인 법의관은 총 27명이다. 법의관 1인당 연평균 17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국과수는 법의관 수가 부족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을 고려해 2020년까지 법의관 정원을 71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력 보강에 따라 국과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휴일 부검도 시행해 365일 상시부검 체계를 갖추고 민간에 의뢰하는 촉탁 부검도 점차 폐지할 계획이다.

6 부검의가 되려면

부검의는 의사다. 먼저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에 세부 전공을 해부 병리학으로 선택해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후 법의학 과정이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인체를 해부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매일 사체를 만져야 하는 탓에 적성은 물론 사명감도 필요하다. 부검의라고도 하지만, 보통 법의관이나 법의학자라고 많이 불린다. 해부병리학 전문의를 거쳐야 법의학자가 되지만, 법의학자를 따로 규정하는 별도 자격은 없다. 현재 대한법의학회를 중심으로 법의학 전문의 자격증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법의학자들은 국과수에 주로 근무하고 있다. 의대 법의학교실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에는 범죄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전자 감식과 관련된 직종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7 미궁사건 해결 사례는

지난 5월 경기 안산시에서 발생한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에서는 부검이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경찰은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하반신과 상반신 시신을 이틀 간격으로 발견한 뒤 국과수에 긴급 부검을 의뢰했다. 시신의 부패가 심각했고 상태가 좋지 않아 신원 파악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정밀 부검 과정에서 퉁퉁 부어오른 손가락 표피를 벗겨내고 채취한 지문에 약품 처리를 해 지문 복구에 성공,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 주변 인물로 수사망을 좁혀 피의자 조모(30) 씨를 붙잡았다.

올해 1월 경기 부천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에서는 부검이 피의자의 거짓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당시 발견된 피해자 최모(7) 군의 시신은 훼손돼 머리를 제외하고 남은 부분이 없었다. 아버지 최모(34) 씨는 ‘아이가 뇌진탕으로 죽었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부검 결과 최 군의 머리에서 구타에 의한 피하출혈과 변색 흔적이 발견돼 최 씨가 아들을 폭행하다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8 부검 한계는 없나

법의학자들은 백골화됐거나 물속에서 발견되는 시신 등 부패 정도가 심한 시신의 경우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고 신원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멀쩡한 시신의 경우에도 사인 분석을 위한 조직을 추출하거나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데, 내부 질환이 겹친 시신의 경우 부패한 시신에서 남아있는 부분으로 사인을 가려내기가 힘든 점이 있다”고 밝혔다.

부검을 통해 사망 시기를 특정하는 일은 더 어렵다. 법의학계에서는 체온 하강, 시체 얼룩(시반), 사후 강직도(시강), 부패 정도 등을 보고 사망 시기를 추론한다. 보편적으로 체온의 변화를 측정해 사망 시간을 거꾸로 계산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그러나 물속에서 발견된 시신의 경우 변수가 다양해 이 같은 방식으로 사망 시기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9 해외 부검 사례는

연예계 스타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원인을 밝혀내는 데 부검이 한몫했다. 지난 4월 사망한 ‘팝의 왕자’ 프린스는 부검 결과 펜타닐의 과잉섭취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펜타닐은 주로 마취와 진통에 이용되는 약물로, 모르핀보다 강력하고 중독될 위험이 큰 약물이다.

2009년과 2012년 각각 전설적인 팝 뮤지션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역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부검을 통해 사인이 검증됐다. 마이클 잭슨의 경우 담당 주치의가 약물을 과다처방한 사실이 밝혀져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형 판결이 내려졌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휘트니 휴스턴은 코카인뿐만 아니라 항우울제, 항정신제, 마리화나 등의 성분이 부검 과정에서 검출돼 약물 흡입 후 의식을 잃고 욕조에 빠져 익사한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을 맡았던 배우 히스 레저는 2008년 자택에서 급작스레 숨진 채 발견돼 부검이 실시되기도 했다. 그의 사망 한 달 후, 미국 뉴욕시 의학조사관은 “부검 결과 우울증과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던 레저가 잠을 자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약을 섞어 복용하다 급성중독을 일으켜 숨졌다”고 밝혔다.

10 백남기씨 사건 논란 이유

백남기 씨 부검을 놓고 유족과 검·경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지점은 ‘사인의 명확성’이다.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원인으로 ‘심폐정지’ ‘급성심부전’ ‘급성경막하출혈’ 등이 명시돼 있다. 유족은 이를 근거로 “백 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발생한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 분명한 만큼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경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선 반드시 부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애초 병원에 갔을 때는 지주막하출혈이었는데,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라며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인사인지 병사인지 여부를 아직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종로경찰서가 1차 청구한 부검영장에서 진료기록 입수 부분은 발부하고, 시신 부검 부분은 기각한 바 있다. 진료기록 등으로 충분히 사인을 밝힐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법원은 그러나 검·경이 추가 소명 자료를 첨부해 부검을 재청구한 영장에 대해서는 28일 발부를 결정했다.

장병철·이용권·이후연 기자 jjangbeng@
e-mail 장병철 기자 / 사회부  장병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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