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주구장창? 주야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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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은 ‘주구장창’ 오는데 재난 문자 한 통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 사건으로 단란한 한 가정이 ‘풍지박산’ 났다.

현대인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데는 문자메시지 등의 알림음에 따른 즉각적인 궁금증 유발도 일정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등에 빠지지 않았다 해도 알림음이 울리기 무섭게 손이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이 자주 있지요. 그런데 자연재해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재난 알림 문자는 오지 않고, 대출 광고만 이어진다면 일상의 평온을 지키기가 힘들어지겠지요.

첫째 인용문의 ‘주구장창’은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고쳐야 하는데요. ‘밤낮으로 길게 이어진 시내’라는 한자의 뜻에서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고 연달아’란 의미로 쓰입니다. 쉬지 않고 해야 할 일 중 으뜸은 사랑이겠지요. 둘째 인용문의 ‘풍지박산’은 ‘사방으로 날아 흩어짐’이란 뜻의 ‘풍비박산(風飛雹散)’으로 써야 하는데요. 사자성어는 교훈이나 유래를 담고 있어 적절히 쓰면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하지만 잘못 쓰면 정체불명의 말이 돼 버립니다.

‘주야장천’이 낯설다면 ‘밤낮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등으로 쓰는 게 더 쉽고 자연스러운데요. ‘풍비박산’ 또한 ‘바람 풍, 날 비, 우박 박, 흩어질 산’의 뜻으로 한 가정의 무너짐을 표현하기엔 과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엉망이 됐다’ ‘무너졌다’로 바꿔 쓰면 말하기도, 듣기도 쉽지요.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의 안전망도 평상시 기본을 잘 다져놓지 않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순식간에 삶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은데요. 위기의 순간 ‘나’를 구해줄 사람이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씁쓸하지만, 안전 의식으로 무장할 계기가 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