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규정대로 쐈나… ‘백남기 재판’ 최대 쟁점

- 국가상대 2억대 손배訴 첫재판

‘부검협의’ 공문받은 투쟁본부
“반대 변함없지만 대책 논의”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숨진 농민 백남기(69) 씨 유족이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낸 2억 원대 민사소송 첫 재판이 30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김한성)는 이날 오전 백 씨와 그 가족 등 5명이 국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날 재판에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입장과 물대포 살수 당시 CCTV 영상자료 등 입증 계획에 대한 의견을 냈다.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경찰이 쏜 물대포가 절차상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쳤는지다.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화문 앞 시위 당시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경찰의 당일 물대포 살포 보고서에 따르면 ‘경고사격 1차례, 곡사 3차례, 직사 1차례를 했다’고 적혀 있지만 동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에 단 한 번도 곡사나 경고 살수가 이뤄진 적 없이 처음부터 직사만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측은 “처음엔 경고 살수를 했고 그 이후엔 안전하게 살수했다”며 “실제 물을 쏜 살수차의 CCTV를 보면 4초간 경고 살수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53분쯤 서울 종로경찰서가 전날 오후 부검에 대해 협의하자고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보낸 공문이 등기우편으로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공문은 유족 대표를 선정하고 10월 4일까지 협의 일시와 장소를 통보해 달라는 내용으로, 자원봉사를 나온 시민단체 관계자가 전달받아 서명했다.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는 “등기를 배달해온 분에게 인수증을 써줬을 뿐, 경찰의 부검 협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며 “투쟁본부 차원에서 공문 내용을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경찰과 모든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은 아니지만, 부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연·최준영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