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무서워”… 노인학대 4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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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일 ‘노인의 날’

노인 돌보는 주·야간 보호센터
전국 2198곳으로 급증 불구
정부 보조금 태부족 운영 허덕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7%에 도달해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이면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노인의 날(10월 2일)을 앞두고 돌아본 한국 노인들의 자화상은 여전히 어두운 무채색 일변도로 칠해져 있다. 노인의 약 절반은 3가지 이상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4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이다. 노인학대는 해마다 심해지고, 가해자는 ‘아들’이 가장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나마 노인들이 또래와 어울리며 유치원 어린이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노인 주·야간보호센터, 일명 ‘노치원(노인 + 유치원)’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이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정부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노치원. 핑크색 벽지로 화사하게 꾸며진 센터 안은 노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자원봉사자 손운숙(64) 씨 등이 ‘섬마을 선생님’ 등 노래를 틀어놓고 율동을 선보이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열심히 따라 했다. 손 씨가 “자 이건 맷돌을 돌리는 것 같은 춤이에요. 어머님들은 잘 알죠?” 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여기저기서 노인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모(76) 할머니는 “낮에 집에 있으면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어 TV만 틀어놓고 누워 있는데, 여기 오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모(74) 할머니도 “다 같이 노래 부르고 미술수업도 받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하루라도 결석하게 되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맞장구를 쳤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노인 주·야간보호센터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따라 처음 설치된 2008년 806곳에서 올해 6월 기준 2198곳으로 7년 6개월 만에 2.7배가 됐다. 하지만 노치원은 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2∼5등급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용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또 대부분의 노치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노치원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국·공립이더라도 건물 신축 시에만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노치원을 운영하는 박종훈(여·41) 씨는 “간호사로 21년 동안 일하고 받은 퇴직금을 다 쏟아 부어 보호센터를 세웠지만, 월 1000만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노인학대 신고는 5만579건이 접수됐다. 5년간 전체 피해노인 1만7735명 중 여성이 1만2463명으로 70.3%를 차지했다.

특히 학대행위자 총 1만9833명(본인 학대 포함) 중 아들이 8009명으로, 전체의 40.4%를 차지했다. 이어 배우자(13.9%), 딸(12.3%) 등의 순이었다. 사위와 며느리, 손자·손녀와 친척을 포함한 ‘가족·혈족에 의한 학대’를 모두 합치면 1만7181건으로 전체의 86.6%에 달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 드러난 노인들의 삶 역시 팍팍하다. 전체 노인의 89.2%가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노인 가운데 23.3%는 혼자 살고 있다. 독거노인 중 53.6%의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실정이다.

정부는 현재 49.6%인 노인빈곤율을 2020년까지 39.0%로 낮추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연금 수급률과 소득대체율이 낮아서 당분간 빈곤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리안·이용권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