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역사·학술·예술적 가치에 희귀하고 原形 보존돼야 ‘자격’
9개분과 79명이 고심… 보물中 상징·유일성 뛰어나면 國寶
국보 제1호 교체 논란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기존 숭례문(남대문)에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고, 지난 5월 말 20대 국회 개원 후 첫 번째 입법청원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문화재 지정분류체계 개선 기초연구’ 용역에 착수한 문화재청은 올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재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고 복잡한 속성을 띠고 있다. 국보·보물 지정 등에서 늘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문화재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지정되는 것일까. 또 국보와 보물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문화재청장 지정
문화재란 일정한 형태를 갖춘 것(유형문화재)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구전된 예술활동과 유산·민속·법·습관 등의 생활양식까지 포괄한다. 크게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지정문화재와 법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토 유적처럼 지속적인 보존이 필요한 비지정문화재로 나눌 수 있다. 지정문화재는 지정의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구분된다. 국보·보물·중요민속자료·사적·명승·천연기념물·중요무형문화재 등은 국가지정문화재, 지방유형문화재·지방민속자료·지방기념물·지방무형문화재는 시·도지정문화재다.
문화재 지정에 관한 기준은 문화재보호법에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다. 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예술적으로 뛰어난 것, 제작연대가 오래돼 희귀하거나 온전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학술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 문화재로 지정될 자격을 가진다.
지정 절차는 광역자치단체의 문화재 지정 신청에서 시작된다. 문화재청이 신청서를 접수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조사·검토·심의한다. 심의 결과에 따라 30일의 지정예고기간을 거치며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문화재위원회가 최종 심의한 뒤 문화재청장이 지정하게 된다.
이때 문화재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재의 특성상 지정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평가가 투명하고 정확해야 한다. 모두 9개 분과에 79명의 문화재위원이 위촉돼 있다. 9개 분과는 건축문화재·동산문화재·사적·무형문화재·천연기념물·매장문화재·근대문화재·민속문화·세계유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문화재청의 손영문 문화재전문위원은 “문화재 지정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문화재위원회가 그만큼 더 신중하게 현장조사와 검토를 하고 있다. 중앙의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지방문화재위원회가 있어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 신청 접수부터 최종 지정까지 빨라도 1년쯤 걸린다고 보면 된다. 지정 후에라도 문화재 진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면 과학적 조사를 벌이고, 이후 위작임이 판명 나면 해제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보물 중에서 유례가 드문 게 국보
그럼 국보와 보물은 어떻게 구분할까.
국보와 보물의 차이는 문화재보호법 제23조에 명시돼 있다. ‘보물 및 국보의 지정’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제1항). 또 문화재청장은 제1항의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제2항). 즉, 보물 중에서 더 희귀하고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게 국보가 된다는 얘기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보물 중 특히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둘째 제작연대가 오래됐으며 그 시대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특히 보존가치가 큰 것, 셋째 제작 디자인이나 기술이 우수해 그 유례가 적은 것, 넷째 형태·품질·제재·용도가 현저히 특이한 것, 다섯째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거나 그가 제작한 것 등이다.
정제규 문화재전문위원은 “예를 들어 법화경(法華經)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고려 시대로 제작연대가 가장 앞서는 상지은니묘법연화경(橡紙銀泥妙法蓮華經·국보 제185호) 등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국보는 보물 중에서도 상징성·유일성·완전성이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굳이 시기적으로 구분한다면 1592년 임진왜란이 기점이 될 것이다. 임란 이전의 문화재가 국보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국보로 지정된 숭례문,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제217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등은 그 예술성과 희소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숭례문과 흥인지문(동대문·보물 제1호)이 각각 국보와 보물로 나뉜 배경도 이에 근거한다. 둘 다 조선 초기 성문이지만 숭례문이 한양 도성의 정문으로서 상징성이 있다는 게 흥인지문 등 다른 성문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문화재 총 1만2763건
음악·무용·연극·무예·공예기술·음식 등 무형문화재의 지정도 대상이 다를 뿐 기본적인 절차는 유형문화재와 같다. 문화재청장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 있다. 해당 종목의 기·예능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가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로 인정된다. 다만 이때 보유자는 중요무형문화재의 기능을 원형대로 체득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인데 농악이나 탈춤처럼 특정 개인으로 한정할 수 없을 때에는 보유단체로 대신한다.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 3인 이상 위원의 조사와 심의를 거쳐 보유자로 정한다.
이렇게 지정된 문화재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총 1만2763건에 달한다. 국가지정문화재(등록문화재 포함)가 4491건으로 국보 328건, 보물 2019건, 사적 493건, 명승 109건, 천연기념물 455건, 국가무형문화재 134종목, 중요민속문화재 286건, 등록문화재 667건으로 이뤄져 있다. 시·도지정문화재는 5650건, 문화재자료는 2622건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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