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국 관광 돌파구와 ‘쇼핑 천국’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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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교수·경영학

각종 악재로 나날이 침체하고 있는 내수시장에 모처럼 가을 단비가 내리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아온 유커들이 상당한 소비력을 과시하면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업체들의 매출액이 피부로 느낄 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은 평균 6.6일 정도 머물면서 약 1800달러 정도를 소비한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명동과 동대문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자세히 꿰뚫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소위 명동과 동대문을 사랑하는 관광객들이다. 한국 관광객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에서 겨우 46%만이 재방문하고, 특히 중국 관광객은 겨우 38%에 그친다. 조사 대상 16개국 중 일본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79%로 가장 높지만, 그들의 평균 지출액은 10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관광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은 혁신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명동과 동대문에 국한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전체를 좋아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한국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시스템적 전략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관광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력과 관광과 쇼핑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할 때 외국인 관광객 중 68%가 ‘쇼핑’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쇼핑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쇼핑의 편의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경쟁력 있는 숙박 시설과 교통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최근 서울에는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 중소 도시에는 아직도 관광산업에 필요한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과 파리처럼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대중교통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1주일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을 면세품 쇼핑을 위한 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동과 동대문이 서로 협력해야 하고, 면세사업자들 간의 협력도 매우 필요하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거리에 있는 중소 자영업체들이 면세사업에 동참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쇼핑 천국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면세사업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

연중 지속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뿐만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이 서로 다른 시즌에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위한 대외 홍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가치 역시 관광객들의 실질적인 소비를 유발할 수 있을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벗어난 지방 중소 도시의 관광 자원들을 연결할 수 있는 패키지형 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및 공공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관광과 쇼핑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들을 정비하고 다양한 교육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인접 경쟁국의 다양한 세제 혜택들을 철저하게 분석,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세제 관련 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