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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2016 美 대선 게재 일자 : 2016년 10월 06일(木)
트럼프 ‘亞·유럽 안보전략’ 공백… 中·러에 잘못된 시그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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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트럼프 리스크

지난 3월 영국의 시장 조사기관인 이코노믹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세계의 10가지 리스크 중 다섯 번째 위험한 사안으로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1일 기사에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도이치뱅크 사태 다음으로 우려되는 문제라고 손꼽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9월 29일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감안하고 기존이자율을 4.75% 인상했다. 과연 트럼프에 관한 리스크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고 이 문제에 대응해 준비해야 하는 정책 대안은 무엇일까?

1. 트럼프 리스크, 교통사고 사망률 10배

계량적인 면에서 트럼프 리스크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으로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언론사가 지난주에 진행한 제1차 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손을 들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 관한 예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20%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주의 26%보다 낮지만 커다란 변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도 비교적 높게 평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약 2%이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은 0.3%이다. 이러한 리스크가 트럼프 리스크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지난 몇 달간 유지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오히려 흔히 발생하는 비전염성 질병관계사망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WHO 통계에 의하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14%인 반면 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30%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게 보인다 하더라도 트럼프 리스크를 무시할 순 없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핸드 교수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우연의 법칙(improbability principle)을 언급하며 낮은 확률의 사안도 많은 기회만 주어지면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번 대선은 미국 건국 224년 이후 57번째로 맞이하는 선거다. 그중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스트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을 0%라고 측정할 수는 없다. 즉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염두에 둬야 한다.

2. 트럼프, 아시아의 핵무장 이끄나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예상 가능한 변화 중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자. 심각하게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많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국제정세와 관련된 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국내 정치와 관련된 문제점들이다. 먼저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살펴보자. 트럼프는 3월 NYT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 또는 독일을 지적하며 “이 나라들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외교·안보적인 면에서 트럼프 리스크는 동맹들이 이러한 발언과 정책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걱정거리로 떠오른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관한 걱정이 작지 않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서도 독자적 핵무장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핵확산 가능성에 관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맹국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쉬운 답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리스크는 동맹국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3. 트럼프, 중국·러시아에 잘못된 시그널

동맹국들의 인식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나 북한 그리고 러시아가 트럼프의 신호(signal)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동맹국과 우방국을 ‘뒤에서 이끄는(leading from behind)’ 외교·안보 전략을 선호해 왔다. 그 결과로 중동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발호와 시리아 내전 심화, 유라시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강제병합,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남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확장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러시아나 중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뒤에서 이끄는 전략’을 미국이 기존에 설정한 레드라인(redline)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트럼프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에 어떠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선거캠프의 공식적인 정책 계획안에는 외교·안보에 관한 명백한 입장이 없었다. 최근 트럼프 선거캠프 웹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하며 미국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지역안정에 신경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또는 유럽과 관련된 자세한 전략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동과 IS 그리고 테러에 있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드러나고 있다. 중동에서는 IS 척결을 위해 싸우는 아랍국가들을 돕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제적으로 정보와 군사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IS의 재정조달 루트를 끊고 다양한 사이버 공격 수단을 통해 IS를 고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제한적인 이민정책도 극단적 이슬람(radical Islam) 차단에 필요한 외교·안보 정책의 중요한 일부로 지적하고 있다. 당분간 초점은 중동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신호는 오바마 행정부의 ‘뒤에서 이끄는 전략’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 유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는 한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러한 공백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규제혁파, FTA 재검토 파장

한·미 관계는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긴밀하지만 경제관계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긴밀하다. 지난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과 동서문제센터(East-West Center)가 공동으로 출간한 ‘한국이 미국에 중요한 이유와 미국이 한국에 중요한 이유’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미 간의 투자 수준은 600억 달러(약 66조8400억 원) 정도였다. 2015년 한·미 무역량은 1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만약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경제적인 효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경제나 무역에 관해 두 가지 주장을 유지해 왔다. 경제적으로는 정부의 규제를 줄이며 지금 유용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폐지하고 새로운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정책을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려는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태다. 또 법인세는 35%에서 15%로 줄이고 개인소득세도 줄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책이지만 연방 정부의 재정 문제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09년 이후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선을 넘은 상황이다. 2014년에는 GDP 대비 123%였는데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벨기에 다음인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해결책을 제안하기보다는 다른 국가들이나 국제 시장에 어떠한 영향이 있든 미국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주장을 해왔다. 달러에 관한 헤징(hedging) 전략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5. 트럼프 리스크 관리 지혜 필요

만약 미국이 저성장 위기에 도달하게 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업계는 미국 외에도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런스 서머스는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대비해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과감한 투자를 시도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확장하는 정책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미국이 직면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미국은 젠더 및 인종 갈등이 심각한 나라다. 건국 후 20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인종이나 성적인 차별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총기 사건들이나 경찰 폭력 또는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대화와 화해로 풀려 하기보다는 “불심검문(stop and frisk)”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해 왔다. 미국 사회의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인종 간의 긴장을 이용해 극우파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주력해 왔다. 이로 인해 미국의 사회문제가 풀리기보다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11월 8일인 선거 전에 포기선언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리스크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또 트럼프가 설혹 대선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트럼프에게 열광했던 유권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트럼프 현상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리스크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지속될 것이다. 미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미국발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제임스 김 아산정책硏 워싱턴사무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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