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73) 47장 대세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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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말을 이었다.

“한반도는 고려라는 강국이 만주 벌판을 장악했던 이후로 1500년간 반도 안에서 열강의 침략만 받았지. 그렇지 않은가?”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고구려’를 고려로 발음한 것 외에는 맞다. 고구려는 서기 668년, 보장왕 때 당에 멸망했다. 그 이후로 한반도 끝인 압록강 두만강 위쪽으로 진출한 적이 없다. 푸틴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각하.”

“장관, 잘 듣게.”

보드카 빈 잔을 든 푸틴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지금 상황을 19세기 말, 그러니까 100여 년 전의 조선과 청, 일본, 러시아 관계로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열강의 압력은 비슷해도 조선이 달라졌지.”

“그렇지요.”

이제는 서동수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사이에 소브차크는 보드카를 넉 잔이나 따라 마셨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한국은 1500년 전의 고구려도 아닙니다. 이제는 전혀 다른 대한민국입니다.”

일부러 대한연방 대신 대한민국을 또박또박 말했는데 푸틴은 알아들은 것 같다.

“맞아. 왜 그런지 아는가?”

“남북한의 국력을 합치면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닙니다.”

“물개 정도는 되지.”

“경제력으로 중·일에 의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뻗어 나갑니다.”

“타격은 좀 받겠지.”

“남북한 군사력을 합치면 누구도 넘볼 수가 없습니다.”

그때 푸틴이 잔에 보드카를 채우면서 소브차크에게 말했다.

“대장, 술만 퍼마시지 말고 이젠 자네가 말할 차례야.”

그러자 소브차크가 술잔을 내려놓고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동안 보드카를 여섯 잔 마셨는데 눈동자가 또렷했고 자세가 반듯했다. 다만 콧등이 조금 붉어져 있을 뿐이다.

“장관님, 시베리아 주둔군 정보부의 보고에 의하면 곧 신의주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중국군이 진입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중국군 3개 군단이 비밀리에 단둥과 신의주 북쪽 중국 국경지대에 배치되었고 신의주에는 이미 중국 공작대 1000여 명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또렷한 발음으로 소브차크가 말을 이었다.

“이번 중국군 이동과 공작대 파견은 미군, 일본군의 협조가 있었습니다. 남·북한군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일 양국이 지원해준 것입니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푸틴을 보았다.

“각하, 중국군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신의주를 점령하면 대한연방은 한쪽 팔쯤 잃은 불구가 되지 않겠나?”

잔에 술을 채우면서 푸틴이 말을 이었다.

“한랜드로 이어지는 대한연방의 허리가 언제 잘릴지 모르네.”

이제는 서동수가 보드카 잔에 술을 채우고는 한입에 삼켰다. 그러고는 굳어진 얼굴로 푸틴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각하.”

“10분 시간을 주겠네, 장관.”

푸틴이 빈 팔목을 들어 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웃었다.

“한반도의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홍보가 요즘 쏟아지고 있더군.”

서동수는 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의 연락처 명단에서 1번이 김동일이다. 1번 버튼을 누르면서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이것이 푸틴의 과장된 상황 설명이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푸틴은 우호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