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신고건수만 2만건 넘어…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43% 탈루

금융실명제를 비웃는 검은 차명계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상금제 운영을 통해 과세당국이 접수한 신고 건수만도 지난해 2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상류층에 속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들도 지난해 소득의 43%를 신고하지 않고 탈루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낸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지난해 차명계좌 신고 건수는 2만2951건으로 2014년 대비 22. 1%나 증가했다.

차명계좌 신고 포상금제가 처음 시행된 2013년(1만630건)과 견줘서는 116% 늘어난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의 경우 1만9802건을 처리해 3214억 원을 추징하고 신고한 이에게는 포상금으로 6억9500만 원(1018건)을 지급했다.

최근 적발사례만 봐도 유명 맛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업종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결제되는 점을 이용해 매출액 일부를 주기적으로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에 숨겼다가 수십 억 원을 추징당했다. B 해운사는 선박유 중개수수료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가족, 직원 등 33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관리·감독과 조사, 처벌 역시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현미 의원은 이날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누락신고인 소득 적출률은 2011년 37.5%에서 지난해 43%로 5년간 5.5%포인트 늘었다”며 “반면 관리대상자 선정은 2013년에 1만5082명에서 지난해 2242명으로 대폭 줄고 부과 세액 징수율은 2011년 82.6%에서 지난해 65.6%로 17%포인트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