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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6년 10월 07일(金)
10년이상 1조원 투자도… 특허 땐 독점권·천문학적 수입
前임상~4상까지 거쳐야… 1만 여개 후보물질중 1개 승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올리타정 파문’으로 본 신약개발·임상시험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7월 맺었던 폐암 치료제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된 사실이 뒤늦게 공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등 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해당 신약은 내성 표적 항암 치료제인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으로 국내에도 임상시험 2단계를 마치고 조건부 승인이 된 치료제다. 신약개발의 특성상 계약해지는 자주 있는 일이고, 신약 부작용도 임상 시험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음에도 ‘늑장공시’ 의혹 탓에 해당 신약에 대한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신약의 허가 여부에 대해 재심의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아울러 늑장공시 의혹으로 국내 신약개발사업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최근 연구·개발(R&D)이 늘어나고 있는 신약개발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약개발은 미래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받을 만큼 잠재력이 큰 분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대해 점검해봤다.

1 신약이란 무엇인가

‘신약(New Drugs)’은 말 그대로 기존 물질과 다른 신물질이 합성돼 만들어지거나, 기존 물질이라도 새 효능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약을 말한다. 보통 화학합성·천연물 추출 등 신물질 탐색작업, 전임상(동물실험)시험,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당국의 제조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의미하며 신제품과는 개념이 다르다. 신약은 기존 약물에 대한 단순 모방 또는 단순 개량 합성에 의한 것이 아니고, 기존 약물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전에 의한 새로운 약물로서의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 또 약효와 안전성 면에서도 기존 약제보다 현저하게 개선된 약물로서의 우월성을 지녀야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우리나라는 식약처에서 승인하며,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내준다. 대표적인 신약으로는 항고혈압제, 콜레스테롤 합성억제제, 혈전예방제, 혈전용해제 등이 있다.

2 복제약·개량신약과 차이점

신약은 복제약과 차별한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의약품’ 또는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신약은 개발되면 특허출원을 통해 보통 15~20년 정도의 독점권을 가진다. 복제약은 ‘제네릭(Generic)’으로 부르는데, 특허가 만기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의 제약사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한 약품을 의미한다. 성분, 용법, 용량, 투여 경로, 성능과 사용 용도가 같고 생물학적으로 동등함을 입증받아야 제네릭으로 승인된다.

‘개량 신약(IMD·Incrementally Modified Drugs)’은 이미 승인된 의약품의 화학적 구조나 제제 등을 약간 변형한 의약품을 말한다. 즉, 개량 신약은 브랜드 의약품을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간 변형해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가치를 부가한 의약품을 총칭하는 것이다. 개량 신약은 제네릭 의약품의 발전된 형태로 인식되고 있으며, 허가에 필요한 자료도 단순 제네릭 의약품보다 많아 자료제출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3 신약개발 어떻게 진행되나

신약개발 과정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다. 인체에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된다. 연구비도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을 넘기도 한다. 임상시험은 △전임상 시험(화학합성이나 천연물 추출 등의 신물질 탐색을 거쳐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단계) △임상 1상(20~80명 정도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시험하는 단계) △임상 2상(100~200명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탐색하고 최적용량을 거치는 단계) △임상 3상(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관찰하는 단계)을 거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게 된다. 약이 시장에 출시되면, 시판 후 조사를 통해 5년간 수천 명의 환자에 대해 약 사용경험을 조사한다. 이를 4상이라고도 부른다.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신약으로 출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1만 개 정도의 신약 후보 물질 가운데 채 10개도 안 되는 물질이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이 중 1개 정도만 최종 승인된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투자 대비 위험이 크지만, 한번 개발되면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성공한 신약을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등이 블록버스터 신약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4 논란됐던 ‘조건부 허가’

‘조건부 허가’란 환자들에게 신속한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체 3상의 임상시험단계 중에서 임상 2상 단계의 자료만으로 우선 허가하는 방식이다. 시판 후 3상 임상 자료제출을 조건으로 한다. 현재 항암제, 희귀의약품, 자가연골 세포치료제에 한해서 조건부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알츠하이머, 뇌경색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비가역적 질환(한번 발생하면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 않는 질환)에 사용되는 세포치료제에 대해서도 조건부 허가를 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조건부 허가는 대체 약이 없고 생존기간이 짧은 환자에게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3상 시험 전에 2상 시험에서 효과가 우수한 신약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3상 조건부로 허가된 항암제는 2010년 이후 34개 품목(의약품 30품목, 바이오의약품 4품목)에 달한다.

5 ‘조건부 허가’ 반대 의견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임상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흡수 등을 조사하고, 임상 2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능에 대해 검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상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 약효의 확인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이로 인해 3상 시험 전의 조건부 허가는 안전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 조건부 허가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번에 조건부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 올리타정의 경우에도 복용자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약으로 인한 사망인지 아닌지 인과관계를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건부 허가가 제약 회사에 주는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임상 3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대규모로 투자해야 하지만, 조건부 허가가 되면 3상의 기간을 앞당길 수 있고 투약 비용도 환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6 신약의 가치와 세계시장

전통적인 제조업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그동안 규모가 크지 않았던 바이오·제약 산업이 향후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세계 제약시장이 경제성장과 의료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 2003년 500조 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6% 이상을 기록해 올해는 1400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의 확대에 따라 연평균 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성인병 증가 등으로 ‘파머징(pharmacy+emerging)마켓’이 올해 전 세계 시장의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신흥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갖고 있지 못한 획기적인 신약이 필요하다. 확실한 효과가 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기존 제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번에 수십조 원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자가면역치료제 신약 ‘휴미라’는 지난 한 해에만 140억 달러(약 15조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7 국내서 개발된 신약들

SK바이오팜의 중추신경계 질환 뇌전증(간질) 신약 ‘YKP3089’는 올해 초 FDA의 승인을 받았다. 해당 신약은 난치성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18년 61억 달러(약 6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신약의 미국 매출만 1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LG생명과학은 국내 첫 당뇨 치료 신약인 ‘제미글로’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105개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7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SK케미칼,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 FDA와 유럽 각 허가기관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바 있다.

8 개발 중인 국내 글로벌 신약

현재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자체 기술개발외에도 벤처기업과의 협력 등 오픈이노베이션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과 LG, SK가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 신약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리타정 외에도 제넨텍 사와의 기술 수출 계약 등 다양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종근당은 림프종 관련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로슈 산하 쥬가이제약과 함께 면역질환치료제와 항암제 등 혁신 신약 후보물질 2종에 대한 개발에 착수했다. 녹십자도 목암연구소를 통해 B형간염 치료제 후보 물질을 찾고 있다. CJ헬스케어의 경우 외국 바이오벤처사들과 공동개발을 통해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최근 2곳의 국내 제약사를 오는 2018년까지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으로 육성시키고, 오는 2020년까지 17개의 글로벌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9 국내 신약개발 어려운 점

국내 신약개발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이 없어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상장 제약사의 모든 매출을 합쳐도 16조 원 규모에 불과하다. 화이자나 노바티스, 사노피, MSD 등 전 세계적 공급망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간 매출액이 각 40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약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제약 산업의 특성상 의사 등 전문가들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허가 과정뿐 아니라 해외에서 많이 판매돼 다양한 환자가 복용, 투약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신약이 개발된다고 해도 진출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신약개발에 막대한 R&D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바이오·제약 산업이 새로운 글로벌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어려운 점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과의 올리타정 계약을 해지한 것은 미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예상보다 빨리 경쟁약물 개발 성과를 보여 올리타정 개발 완료 후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가규정이 점차 강화되고 더 길어진 임상시험 기간 등으로 투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10 정부의 지원 대책

정부도 신약개발을 ‘블루오션 산업’으로 평가하고 각종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약개발의 임상 3상 관련 R&D와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고, 육성펀드도 조성한다. 또 지난 6월에는 혁신형 신약과 중증 및 난치질환 세포치료제 분야 연구개발을 위해 2334억 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항암신약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 항암신약개발 사업단도 꾸렸다. 정부가 국내 항암 후보 물질의 비임상, 임상 1·2상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안전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임상시험센터도 건립한다.

또 기초연구성과의 제약기업 이전·상용화 지원을 통해 R&D 생산성을 제고하고, 대학·공공연구소·병원 등의 기초연구성과를 제약기업으로 이전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첨단·차세대 의약품 후보 물질 발굴과 상용화 성과 제고를 위한 제약 관련 유망 벤처기업 특화 R&D를 추진하고 2017년에는 글로벌 항체 신약 개발도 지원한다.

이용권·유현진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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