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大長征 80주년 맞아 들썩이는 中… “지금은 新장정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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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대대적 기념행사

“강을 건너는데 건너고 보니 뒤가 다 동지들의 시체였지. 그렇게 동지들을 묻고 다시 가고…. 어쩌다 고기를 한 조각씩 나눠 먹을 땐 춘제(春節·설) 때 먹는 훙샤오뉴러우(紅燒牛肉·양념에 졸인 쇠고기) 못지않게 맛있었어.”

중국 공산당의 중요 역사 중 하나인 홍군(紅軍)의 대장정(장정·長征·long march) 8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로 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서는 연일 대장정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관영 CCTV는 최근 매일 저녁 메인 뉴스 직후 20분 동안 ‘아직 다 말하지 못한 장정’이라는 릴레이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5일 방영된 ‘초지기사(草地紀事·초지에서의 기록)’에서는 당시 대장정을 한 노병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홍군이 지났던 지역을 재조명했다.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이데올로기적 선전 활동을 통해 중국은 ‘지금의 중국은 또 다른 장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중 당국 ‘대장정의 승리’ 기념하며 ‘신(新)장정의 시작’ 강조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10월 1일 국경절 사설에서 ‘중국 인민은 장정에서 승리를 거둘 능력이 있다’는 제목으로 “중국이 당시 ‘이충얼바이(一窮二白·첫째 가난하고, 둘째 지식이 없다)’의 빈곤 상황에서 80년이 지나 세계 2대 경제체로 도약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모두가 장정의 정신을 이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가까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장정 80주년을 맞은 지금은 새로운 장정의 출발점”이라며 “위대한 조국과 장정을 축복한다”고 썼다.

국경절 연휴 중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중국 공농 홍군 장정 승리 80주년 특별 테마전시인 ‘영웅사시 불후풍비(英雄史詩 不朽豊碑·영웅의 서사시, 불후의 금자탑)’전에는 하루에 1만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앞서 지난달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시장을 참관하고 “시간과 환경이 변했지만, 우리 공산당이 투쟁해 왔던 이상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대장정의 정신은 근면히 일하고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공산당과 혁명의 영원한 승리에 대해 강하고 굳건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장정의 정신은 중국에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장정의 혁명 정신을 이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대장정 기간에 치러진 주요 전투, 역사적 사건 등 사진과 영상, 그림을 둘러보며 대장정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은 전시회 개막식에서 “대장정은 공산당과 중국 혁명의 대의가 후퇴에서 승리로 전환하는 중대한 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신화(新華)통신 등도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역사, 80년 전 대장정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부터는 ‘영원한 장정’이라는 공연이 시작됐으며 지난 1일에는 인민해방군 병단(兵團)이 장정 8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열었다. 여행업계에서는 대장정을 연계한 장정 테마 여행도 성행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 남을 기록’…사실관계 논란도

중국은 대장정을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 공산당의 전투부대이자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홍군이 당시 국민당에 쫓기며 토벌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중국 대륙을 차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승리’이지만 그 과정은 참혹했다. 대장정은 1934년 10월부터 2년 동안 홍군이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의 당시 중앙 근거지를 버리고 산시(陝西)성 북부까지 국민당군과 전투하면서 1만2500㎞를 이동한 행군이다. 1934년 10월 11일 행군을 시작할 당시 10만 명이었던 홍군은 2년 뒤인 1936년 10월 9일 산시성 옌안(延安)에 도착해 다시 대오를 정비했을 때는 7000명도 남지 않았다. 마오쩌둥(毛澤東)도 두 자녀와 동생을 잃었다. 전사보다 아사, 동사자가 더 많았고 생존율은 10%가 되지 않는 처참한 행군이었다.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는 대장정을 “인류 역사상 위대한 기적”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기록에 따르면 홍군은 11개 성을 지나며 18개의 산맥을 넘고, 24개의 큰 강을 건너는 대장정을 했다. 황무지와 설산을 넘는 험준하고 먼 길이었다. 이 과정에서 홍군은 380여 건의 전투를 치렀고 700여 현 및 도시를 점령했다. 430여 명의 간부급 이상이 희생됐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30세가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생존한 노 홍군들은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대장정을 끝낸 그들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1936년 12월 마오를 최고 지도자로 하는 공산당의 옌안 근거지 시대를 열었으며 1년 후 홍군은 3만 명으로 회복됐다. 이후 공산당은 옌안을 근거지로 항일전과 국공내전에서 승리, 중국 대륙을 차지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군’이라 불리는 대장정이지만 아직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관련 사료를 매우 제한해 공개하고 있으며 80년이나 지나면서 생존자들이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고증과 객관적 연구의 길이 막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밝힌 대장정의 길이인 2만5000리(1만2500 ㎞)는 에드거 스노가 당시 마오쩌둥이 말한 것을 자신의 저서 ‘중국의 붉은 별’에 적으면서 처음 추산된 수치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영국의 에드 조스린과 앤드루 매퀸은 ‘대장정(The Long March)’이라는 저서를 통해 실제로 394일 동안 같은 경로를 지나며 측정한 결과 6000㎞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오와 그의 추종자들이 이를 신화화하기 위해 과장했다는 것이다. 홍군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전세를 뒤집은 영예로운 전투로 꼽는 쓰촨(四川)성 루딩(瀘定)현에 위치한 루딩교 전투는 홍군이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다리를 건너게 해서 ‘총알받이’로 주민들이 몰살당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두 연구자는 밝혔다. 또한 극도의 굶주림에 직면한 홍군이 지역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했으며 홍군에 가담시키기 위해 협박과 납치를 일삼았다는 증언도 나오는 등 대장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