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78) 47장 대세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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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진압이라면 북한군을 당해낼 군대가 없을 것이다. 그날 밤 자정을 기하여 신의주로 진입한 북한군은 2개 모병사단에 1개 기갑사단, 그리고 평양의 호위사령부 소속 1개 공정사단이었다. 이것이 진압군이었고 신의주 북방의 조·중 국경에는 1개 군단이 재배치되었으므로 전면전이 일어나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신의주 장관 유도성은 한국의 행정자치부 장관을 하고 광주광역시장을 지낸 행정가다. 신의주 장관이 되고 나서 외자를 적극 유치했고 투자이민을 끌어들여 한랜드와 경쟁할 만큼 분위기를 활성화했다. 그러다가 이 ‘난리’를 만난 셈이다. 오전 1시, 공정사단이 신의주 특구 중심부인 행정시에 대거 낙하하는 바람에 시내는 대소동이 일어났다가 잠잠해졌다. 그러고 나서 검거 선풍이 시작된 것이다.

“반란은 끝났습니다. 못 일어납니다.”

신의주 장관실 안이다. 유도성에게 오종창이 말했다. 오종창은 진압군 사령관으로 상장 계급장을 붙이고 있다. 오종창이 말을 이었다.

“일단 저희가 진입해온 것이 의미가 있단 말입니다. 만일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중국군은 들어오지 못합니다.”

밖에서 탱크 캐터필러 소음이 울렸다. 위협적이다. 그때 유도성이 물었다.

“중국인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겁니까?”

“조금 전 국경 지역에 중국군 3개 사단이 신의주에 진입하려고 대기 중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오종창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뒤에 전차사단, 보병사단까지 1개 군단이 대기 중이고요.”

숨만 들이켠 유도성에게 오종창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한발 빨랐지요. 우리가 들어온 이상 전면전을 치를 각오를 하지 않고는 못 들어옵니다.”

“도대체 왜…….”

“남북한연방이 되면 위험하니까요.”

오종창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신의주에 중국인 폭동이 일어나면 곧 중국인을 구해낸다는 명분으로 중국군이 진입, 신의주를 점령하면 북조선은 흔들리게 됩니다.”

유도성의 몸이 굳어졌다. 북한군 고위 장성한테서 충격적인 내용을 듣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없다. 오종창이 말을 이었다.

“남조선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북조선은 더욱 친중(親中) 세력이 많은 편이지요. 중국도 끊임없이 공작을 해왔고요.”

“…….”

“남조선의 친중 세력과 연합하면 금방 거대한 조직이 될 겁니다.”

“그렇군요.”

오종창의 시선을 받은 유도성이 헛기침을 했다. 그 자신도 중국을 미국보다 가까운 우방(友邦)으로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중국은 우방인가? 6·25전쟁 때 인민군 수십만 명을 지원해준 것을 보면 그렇다. 아니, 그것은 북한을 지원한 것이 아닌가? 그렇구나. 남한은 미군의 지원을 받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유도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오종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중국은 신의주를 강점할 계획이었지요. 우리 북조선은 중국에 뒤통수를 맞을 뻔한 겁니다.”

유도성의 시선을 받은 오종창의 얼굴에 다시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을 미·일 양국이 지원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제 세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때 유도성이 머리를 들었다. 머리 회전이라면 유도성도 남한테 뒤지지 않는다.

“대한연방이 영향력에서 벗어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