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80) 47장 대세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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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르군요.”

미국 국무부 아시아 담당 차관 제임스 매케넌이 말했다. 55세. 국무부 실세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의 고정 멤버이며 작년 초에 설치된 동북아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이다. 의장은 물론 대통령이 맡는다. 매케넌의 앞에 앉은 사내는 일본 외무장관 다케시마(竹島). 6선 의원 출신인데 극우파로 분류되는 인물. 본래 이름이 나카무라였다가 다케시마로 바꿀 정도다. 다케시마가 입맛을 다셨다.

“중국이 몇 시간이라도 빨리 진입했다면 신의주를 점령했을 텐데요.”

“글쎄요.”

소파에 등을 붙인 매케넌이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도쿄의 리버티호텔 객실 안이다. 매케넌은 도쿄에서 열린 미·일 안보포럼에 참석하러 방일 중이었는데 실제는 신의주의 중국군 진입을 현장 근처에서 지켜보려는 의도였다. 매케넌이 입을 열었다.

“중국군이 일시적으로 신의주를 점령했더라도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다케시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중국군 신의주 진입 작전은 중국이 주도했지만 미·일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지지도 등급이 있다. 일본이 적극적인 반면에 미국은 수동적이었다. 중·일·미 3국의 생각이 다 같지가 않은 것이다. 매케넌이 말을 이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중국군이 먼저 진입했더라도 북한이 바로 공수사단을 투입했을 것입니다. 그럼 신의주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겠지요.”

“…….”

“조·중 동맹을 파기한 것은 중국 쪽이 되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군이 밀린다는 우리 군 관계자의 의견입니다.”

커피잔을 든 매케넌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지금쯤 국무회의를 끝낸 중국 지도부도 어쩌면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도하다니요?”

볼멘 표정으로 다케시마가 묻자 매케넌이 말을 이었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 형식을 유지하고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전쟁을 길게 끌고 가기 힘들어요. 알고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

“북한에 이어서 한국군까지 치고 올라가면 미국은 한·미 동맹을 따라 한국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매케넌의 시선이 다케시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일본은 미·일 동맹에 따라 미군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사전에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상황이 너무 쉽게 종결되어 버렸다. 다케시마로서는 허무함을 지울 수가 없다. 그때 다케시마가 물었다.

“총리께서 오늘 오후에 동북아의 평화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하실 겁니다. 미국도 성명을 내시겠지요?”

“아니, 우린 국무부 대변인이 짤막하게 논평을 할 겁니다.”

한 모금 커피를 삼킨 매케넌이 말을 이었다.

“신의주가 북한령이고 북한군이 진입한 것을 갖고 떠드는 것은 우습거든요.”

“아니, 그럼 우리만 우습게…….”

“한국 정부도 가만있는데 좀 그렇지 않습니까?”

다케시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았습니다. 그럼…….”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선 다케시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 미국과 생각의 차이를 느낀 것이다. 다케시마를 배웅하려고 문까지 따라 나간 매케넌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예전의 한반도가 아닙니다,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