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며 母校에 ‘나눔 씨앗’ 전한 ‘울산 공무원 형제’

‘1년 간격 사망’ 故 조광식·광명 씨 형제 ‘감동 스토리’

울산의 형제 공무원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퇴직연금이 고인들의 모교 발전기금으로 쓰이게 돼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울산시와 동구에 따르면 울산 동구소속 고 조광식(7급·형) 씨와 울산시 소속 고 조광명(6급·동생) 형제의 유가족은 이날 오후 4시 울산 현대고등학교에서 고인들의 퇴직연금 1억2490여 만 원을 기부한다. 형 광식 씨는 1997년부터 19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44세의 나이인 지난 8월 업무시간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며, 동생 광명 씨도 1993년부터 22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46세이던 2015년 3월 질병으로 숨졌다.

하지만 이들 두 형제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는 물론 자녀도 없었고, 부모님도 생존하지 않아 이들의 연금을 받을 수급자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누나가 2명 있었으나 현행 공무원연금법상 형제자매는 유족 범위에 제외돼 있어 조 씨 형제의 퇴직 연금은 영원히 청구하지 못할 뻔 한 것이다. 이에 울산시와 동구는 유가족과 머리를 맞대던 중 연금수급권자가 없는 경우 기관장이 연금을 받아 기념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공무원 퇴직연금 특례급여 제도’가 있는 사실을 확인, 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울산시와 동구는 지난달 초 유족과 협의해 울산시장과 동구청장이 조 씨 형제의 연금을 청구해 지난달 말 수령했다. 이후 울산시 등은 조 씨의 유족인 누나들과 연금의 사용처를 놓고 고민하던 중 조 씨 형제의 모교인 현대고에 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형 광식 씨의 연금이 5270여 만 원, 동생 광명 씨의 연금은 7220여 만 원이었다.

조 씨의 누나 조모(51) 씨는 “자칫 받지 못할 뻔한 동생들의 퇴직연금을 모교 후배에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연금이 동생들이 평소 좋아했던 모교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광열 현대고등학교장은 “고인들의 감사한 마음을 정말 깊이 새겨 오래도록 간직하고, 두 형제의 기부가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념될 수 있도록 학생,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할 예정”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 씨 형제가 남긴 연금은 현대고 풋살장 설치와 학교 내 장애·불우학생 장학금, 교지발간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