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B-1B 전개 당시 日전투기 한반도 비행 거부”

아사히 “美, 대북 무력시위 때
3國 편대비행 타진했지만 무산”

합참 “그런 논의 한 사실 없다”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 상공에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전개됐을 당시 일본의 전투기도 한·미 전투기와 함께 한반도 상공을 편대 비행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한국 정부 측의 난색 표명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 진입하는 것이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9월 13일 B-1B가 한반도에 전개될 당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일 공조를 과시하기 위해 3국의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는 방안이 일시적으로 검토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물밑에서 이런 방안을 타진했으나 한국 측이 국민정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해 실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측은 당시 “국민감정 측면에서 자위대 전투기가 한국 상공을 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일본 측도 한국 전투기의 일본 상공 비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공군의 F-15 전투기가 이달 초 미국 주도의 다국적공군훈련 ‘레드 플래그(Red Flag)’에 참가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본 영공을 통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주둔군지위협정이 체결된 미군 이외의 군용기는 자국 영공을 통과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일본 내에서는 “상호주의 측면에서 한국이 자위대 전투기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이상 (한국 전투기의) 영공 통과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덧붙였다.

이 같은 한·일 간 안보협력 불협화음 등으로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관련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합참 관계자는 “일본 전투기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내에 들어와 미국 전략무기인 B-1B를 호위해 편대 비행하는 것을 한·미 간에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