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81) 47장 대세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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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반, 평양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제17 초대소 안. 베란다에 나란히 앉은 김동일이 서동수에게 말했다.

“긴장을 풀 수가 없군요.”

“대선이 끝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김동일을 보았다.

“통일된 대한연방은 더 큰 위협이 될 테니까요.”

서동수는 오후에 평양으로 날아온 것이다. 만 하루도 안 되어서 신의주는 평정을 되찾았다. 다만 중국인 폭동 용의자 색출이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있어서 검문검색이 심해졌다. 황혼이 대동강 위로 덮이고 있다.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위원장님.”

“남조선에서 이제 새바람 운동이 탄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김동일이 화제를 바꿨다. 대동강을 응시한 채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대기업들이 1년 안에 25만 명을 더 채용한다면서요?”

김동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게 되면 연방이 되었을 때 우리 북조선 인력이 일할 곳도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따라 웃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신의주, 한랜드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로드에도 얼마든지 인력이 필요해질 테니까요. 우리는 세계로 뻗어 나갈 겁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다시 대동강을 내려다보았다.

“요즘 조선의 역사 공부를 좀 합니다. 역사학자들을 불러 한두 시간씩 강의를 듣는 식으로 말입니다.”

“…….”

“당하기만 한 역사였습니다. 왜놈들이 36년 동안이나 조선을 지배하면서 역사를 바꿔 놓았는지 모르지만 당파싸움으로 이어진 조선의 역사를 보면 낯이 뜨거워지더군요.”

“…….”

“몽골은 10만 정도밖에 안 되는 군사로 대륙을 정복했습니다. 여진족도 몇십만밖에 안 되는 군사로 청나라를 세웠어요.”

김동일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남조선의 새바람이 북쪽으로 불어와야지요. 그럼 우리도 가능합니다.”

김동일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이번 대선에 형님이 당선되실 테니 한번 뻗어 나가 보시라고요.”

“다음에는….”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마침내 가슴에 품어둔 말을 꺼냈다.

“위원장님이 대한연방의 지도자가 되시지요. 제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권력은 중독된다지만 저는 마음을 비웠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오직 김 위원장 한 분이 마음을 비우시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만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지도자’ 취급을 받던 김동일이다. 하나가 마음을 비움으로써 ‘신의주 특구’가, 그리고 한랜드로 뻗어 나갈 ‘대한연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때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우리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많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서동수가 웃음만 띠었을 때 옆으로 여자 관리인이 다가왔다. 파티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