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82) 47장 대세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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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수가 ‘잡놈’인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지난번 남한 측 연방대통령 후보 선거에서 경쟁자인 민족당 캠프에서 하도 떠들었기 때문에 영국의 어느 신문사는 서동수 이름 대신에 ‘Jab Nom’이라고 썼을 정도였다. 오늘의 초대소 파티에는 서동수와 김동일, 그리고 수족이나 같은 측근 박경수와 유한영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김동일은 유라시아 클럽을 보고 감동을 했는지 초대소의 파티장을 룸살롱 식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전에 열었던 파티보다 뭔가가 싸게 먹힐 것이었다. 30평쯤 되는 방에 소파가 둥그렇게 배치되었으며 중앙의 원탁에 온갖 술과 안주가 차려졌다. 물론 벽 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었고 노래방 기계가 있다. 뒤쪽 문은 화장실과 침실로 연결된 것이었다. 대리석 바닥, 은근한 조명,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서동수가 지금까지 겪은 그 누구보다도 더 예쁜 여자가 옆에 앉아있다.

“내가 장관님이 이 분위기를 낙으로 삼고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김동일이 술잔을 들고 빙글빙글 웃었다.

“장관님은 이렇게 몇 시간을 즐기시고 나면 새 에너지가 충전이 되시지요. 이건 습관이 되면 삼림욕을 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니, 누가 그럽니까?”

놀란 서동수가 묻자 김동일이 다시 웃었다.

“북조선에도 박사들이 많습니다.”

“잡놈에 대한 연구를 하셨군요.”

“당연하지요.”

“어쨌든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의 손을 잡으면서 사례했다.

“여기서 파티를 할 때마다 저는 신의 무한대한 능력에 감탄합니다.”

김동일은 웃기만 했고 서동수가 아가씨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또 이런 절세의 미인을 창조하시다니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위원장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앗하하.”

소리내어 웃은 김동일이 박경수와 유한영을 번갈아 보았다.

“인사를 하시는 것도 노련하시지 않소? 장관께서는 파티의 지도자시오.”

“잡놈의 지도자보다는 낫습니다.”

“그나저나 옆에 앉은 동무도 한랜드로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놓고 김동일이 주춤하더니 서동수를 보았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위원장께서 허락하신다면 저야 고맙지요.”

옆자리의 아가씨가 시선을 내리면서 얼굴이 붉어졌으므로 서동수가 얼른 말을 이었다.

“저는 대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것입니다만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지요.”

“본인이 좋다면 데려가시지요.”

소파에 등을 붙인 김동일이 호기있게 말했다.

“북조선 인민은 이제 어디든 갈 수가 있습니다.”

룸살롱에서 서비스 받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버릇이 된 서동수는 어떤 경우건 간에 봉사료를 지급했다. 그것이 초대소에서 만난 여자한테도 적용된 것이다. 쇼트커트한 머리, 맑은 눈, 흰 대리석 같은 피부에 건강한 팔다리, 곧은 콧날과 단정하게 닫힌 입술, 저절로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여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최미정입니다.”

“네 꿈이 무엇이야?”

베풀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