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차 동의보감>지각차, 속 풀어주고 노폐물 제거 … 소화불량·치질·아토피 등에 효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최근 들어 ‘아재’가 유행이다. 본래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급격히 변화하는 트렌드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럼 여기서 내가 아재인지 아닌지 재미삼아 테스트를 해보자. 고구마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감자라고 답하면 아재일 확률이 높다. 질문을 좀 더 쉽게 풀어보자.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거나 꽉 막힌 것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동치미라고 답한다면 어쩔 수 없이 아재 확정이다. 반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주 쉽게 답할 것이다. 정답은 사이다다.

체하거나 답답할 때 사이다를 먹으면 상쾌한 기분이 들듯이, 어떠한 말이나 행동, 상황 등등이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후련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 때 이를 ‘사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갑론을박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논리로 조목조목 따지거나, 명쾌한 답변으로 상대가 반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버릴 때, 이러한 상황이나 인물을 묘사하여 사이다라고 한다.

오늘 살펴볼 ‘지각(枳殼)’은 고구마를 소화시키는 사이다처럼 가슴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풀어주는 천연재료다. 지각은 탱자나무의 성숙기에 가까운 미성숙 과실로 방향성이 강해 흉곽을 중심으로 하여 인체 곳곳에서 정상적인 순환을 가로막는 담음(痰飮)이나 적체(積滯)를 풀어준다. 여기에 지각의 서늘한 성질이 더해져 담음과 적체가 쌓였을 때 부수적으로 발생했던 마찰열도 정리해줘 탄산과 같은 청량감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자주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원활하지 않으며 배가 아프고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에 지각이 긴요하게 쓰인다. 이뿐만 아니라 장기 사이사이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장기가 본래 위치를 찾도록 돕는데 위하수와 탈장, 치질, 자궁하수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가려움증을 동반한 아토피나 알레르기에도 사용되는데 노폐물이 제거되면 피부에 주로 분포하는 모세혈관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돼 피부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약리학적으로도 지각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낮추고 알레르기의 주 요인인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분비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지각에 들어있는 헤스페리딘은 비타민 P라고도 불리며 혈관을 강화하여 혈압을 낮추고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의 결합을 억제해 당뇨와 고지혈증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구연산도 함유하고 있어 체내 주요 영양소의 대사를 촉진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좋다. 물론 귤과 같은 운향과에 속하기 때문에 비타민C가 많아 감기도 예방해 준다.

차로 마실 때는 잘 건조된 지각 5∼6g을 물 1ℓ에 넣고 우려낸다. 단 너무 오래 끓이면 향을 내는 정유성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쓰고 신맛이 강해서 올리고당을 첨가해 마실 수 있고, 유자차처럼 설탕에 재어 마셔도 된다. 지각 우려낸 물을 입욕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지각보다 덜 성숙된 열매를 지실(枳實)이라고 하는데 지각과 기본적인 효능, 효과는 유사하나 작용력이 훨씬 강해 정체현상이 더욱 심할 때 사용한다. 약성이 강한 만큼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마시기에는 지각이 좀 더 낫다. 다만 지각도 풀어헤치는 작용만 있고 보충하지는 않기 때문에 소화기가 원래부터 약한 사람이나 체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마실 때 신중해야 한다. 특히 뭉친 것을 흩어버리는 성질 때문에 임신부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유창석 차서레시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