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24시, 현장을 가다>현대車, 기술·특허 417건 共有… 협력사 경쟁력 강화 ‘기폭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목내동 남양공업의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제품 단면의 균일도를 검사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② 기술 나눔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 개발
전동 조향 장치 제어 기술 등
남양공업에 45건 내줘 ‘최다’

상용화·경제적인 이득 넘어
全 산업계에 ‘파급 효과’ 커
대기업 특허공유 가속화 전망

지난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목내동 남양공업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 생산라인. 제동 장치 등을 만드는 이곳에서 우종학 수석연구원은 지름 25㎝ 원 모양의 브레이크 디스크 단면을 두고 후배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겉보기엔 새로울 게 없는 디스크였지만 여기에 결합할 새 방식의 캘리퍼(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제동해주는 장치) 적용을 위해선 기존 제품을 마주하고 머릿속에 수시로 상상도를 그려봐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유압으로 캘리퍼가 디스크를 잡아주는 식의 제동 방식이 적용됐다면 앞으론 전자 신호로 제동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디스크 단면 두께가 0.005㎜ 이하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 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공유 받은 기술들을 6가지 군(群)으로 구분한 남양공업은 개발 우선순위를 정한 후 고도화 전략 수립에 나섰다.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 개발 상황 설명도 이런 우선순위에서 가장 현실성 높은 기술로 꼽히면서 이뤄졌다. 전자 신호를 캘리퍼에 장착한 감속기에 흘려 제동이 이뤄지면 기존 유압 방식보다 경량화는 물론 더욱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구현이 쉽지 않아 업계에선 ‘꿈의 기술’로 불린다. 현대차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구상도를 받은 남양공업은 1969년 설립돼 50년 가까이 축적한 자사 기술력을 토대로 5년 내에 양산화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기술나눔 행사가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 중 한 방식인 ‘래크(rack) 구동 디스크 브레이크 장치에 대한 특허 외 44건’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만큼 양사의 기대는 충만한 상황이다.

전동 조향 장치 제어 방법인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 By Wire)도 남양공업이 공을 들여 현대차로부터 선점해낸 기술이다. 핸들이 바퀴를 돌리는 데 물리적인 요소 없이 전선에 의해 모터가 제어되는 이 방식은 자율주행차 시대의 필수로 꼽힌다. 인피니티가 유일하게 이 방식의 차량을 양산했지만 우리나라에선 특허 사용이 제한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남양공업 측은 차량 충돌 시 충격을 완화하면서 핸들을 아래로 밀어 넣는 현대차의 어댑티브 크래시 스티어링 컬럼(Adaptive Steering Column) 특허도 중장기 전략 기획 수립에 이바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의 기술 문호 개방은 단순히 관련 기술에 대한 상용화, 경제적 이득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머물지 않고 남양공업의 전체적인 경쟁력 강화에까지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세계 유수의 완성차 부품이 가득한 남양공업 기술연구소 2층 벤치마킹실이 그 증거다. 남양공업은 지난 7년간 현대차와 매년 타사 차량 부품 40여 개에 대해 벤치마킹 기술 분석을 공유한 결과 오는 12월부터는 수입차 브랜드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기술력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회사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 역시 기술 나눔이 안겨준 무형의 가치다. 김병준 주임연구원은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지만 우리 회사는 기술 나눔을 계기로 올해 연구·개발(R&D) 인력을 현재보다 10% 이상 충원할 예정”이라며 “기술혁신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잡히면서 회사 분위기가 한껏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완성차 업계의 이 같은 행보가 대기업의 특허 공유 바람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삼성은 총 3만8000건을 개방 대상 특허로 지정하면서 3400건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고 LG 역시 8개 계열사가 보유한 특허 2만7000여 건과 1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특허 1600여 건을 공유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공정한 대우가 동반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가 화두”라고 말했다.

안산=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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